▲ 김길수 논설위원

새해가 오고 있다. 사람마다 제각각 느끼는 감회야 천차만별이겠지만, 누구나 지난 한 해를 되돌아보고 새해에는 보다 나은 꿈과 희망을 생각하고 다짐해보는 시간이다.
필자 역시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보다 건강하고 행복했으면 하는 소망을 갖고 있다. 동시에 국가나 사회도 보다 발전하고, 모든 분야에서 살기 좋고, 풍요로운 새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이면 누구나, 또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당연한 희망이리라.
이를 위해서는 진부한 이야기지만 모든 분야에 걸친 변화와 개혁이 필요하다. 특히 그중에서도 가장 근본적이고 시급한 문제가 바로 청년들의 일자리문제가 아닐까 한다.
우리사회에 삼포세대라는 말이 유행한 지 오래다. 이른바, 취업,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청년세대라는 뜻을 누구나 다 알고 있을 정도다. 급기야 요즘에는 여기에다 주택구입, 친구사귀기 등 사람으로서의 사회생활에 필수불가결한 요건마저 포기한다는 이른바, N포 세대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흔히 나라의 장래는 청소년에 달려있다는 이야기를 누구나 쉽게 하고, 또 그게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자, 진리다. 하지만 정치권을 비롯한 정부나 지자체는 물론이고, 기업이나 사회단체 등에서도 정말 나라의 장래인 청년들의 취업이나 결혼문제 등을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걸까? 의문이 가지 않을 수 없다. 각자의 개인적 영달이나 정파적 이익에 함몰된 나머지 정말 나라와 청년들의 장래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제대로 하고 있기나 한지 모를 일이다.
그건 어디를 가나 청년실업문제해결을 최우선과제로 삼고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온갖 구호나 슬로건을 내걸고 있지만, 정작 성과는 해마다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나빠지기만 하는 실정이 아닌가 싶다.
듣기 거북한 삼포세대니 N포 세대니 하는 말이라도 조심해서 써야겠다. 당사자인 청년들이 느끼는 자괴감이 오죽할까? 싶어 해보는 말이다. 조금만 깊이 생각해보면 이런 말도 애써 삼가야 할 것 같다. 이 말이 청년들의 현실을 반영하는 말이긴 하나 의욕을 꺾거나 좌절을 유도하는 말이 될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다.
그런데 최근에는 니트(NEET)족이란 말까지 생겨났다. 이 말은 원래 1999년 영국의 블레어 정권의 정책 슬로건인데, Not currently engaged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칭으로, 교육도, 훈련도 받지 않으면서 취업상태도 아니라는 뜻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구직을 포기한, 다시 말해 구직의욕을 상실한 사람들을 지칭하는 말이라 할 수 있겠다.
문제는 우리나라에 이런 니트족이 100만 명을 넘겼다는 이야기다. 대학생 4명중 1명이 니트 족이라고도 한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아닐 수 없다.
여기다 다른 나라와 비교 시에도 우리나라의 현실은 심각하다. 한국 니트족의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3개국에서 3번째라고 한다. 2012년 기준 한국의 15~29세 청년층에 해당하는 니트 족의 비율이 18.5%이며 대졸자는 4명 중 1명은 니트 족이라는 분석이다. 한국 니트족 만의 가장 큰 특징은 다른 나라에 비해 고학력인 대졸 출신의 니트족 비중이 가장 높다는 점이다
중졸(5.1%), 고졸(22.9%)이니 대졸의 니트족은 무려 24%에 육박하는 비중이라고 한다. 왜 우리나라에서 유독 고학력일수록 니트족이 많은 이유가 무엇인가?
개인의 나태함에서 비롯된 문제도 있겠지만, 이는 한국 특유의 구조적인 문제라고 한다. 더 나은 일자리, 즉 대기업이나 공무원 시험 준비를 위해 공부를 준비하는 청년층이 많고 대학교육을 끝마치는 데 드는 비싼 등록금에 대한 보상을 양질의 일자리에서 찾으려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결국 이것은 구조적이 사회문제라 해야겠다. 정부를 비롯한 모든 분야에서 보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이 해결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혹자는 대학교육의 과잉이 원인이라고 한다.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다. 따라서 어느 한 분야의 개선만으로는 소기의 목적달성을 기대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말았다.
한국은 세계적인 저 출산 국가라고 하는데 이를 해결하는 데도 청년일자리 창출이야말로 가장 기본적이고 시급히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다. 결혼과 출산은 취업이 이루어진 이후에야 가능한 일이니까 당연한 이야기다. 따라서 앞으로의 인구추세나 급격한 고령화를 생각하면 더 더욱 시급한 일이다.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청년들의 신조어중 ‘금수저‧은수저(부모가 부자면 금수저, 반대면 은수저)’ ‘헬조선(한국사회는 지옥 같다)’등의 사회를 부정적으로 보는 언어가 대세라고 한다. 병신(丙申)년 새해는 청년들의 취업문제가 좀 해결되어 청년들이 자주 쓴다는 신조어인 ‘금수저 흙수저’니 ‘핼조선’ 등의 부정적인 단어가 좀 사라졌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글 / 김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