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수 부울경뉴스 논설위원

봄날이다. 문밖을 나서면 세상은 온통 꽃밭인데다 연두색 일색이지만, 벌써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신록의 세상으로 변해가는 기세가 역력하다. 누구의 입에서든 봄에 대한 찬미가 튀어나오지 않을 수 없는 계절이다. 사계절 어느 계절인들 미운 계절이야 있을까만, 봄철만큼 남녀노소 모두를 가슴 설레게 하는 계절도 없으리라 싶다. 한마디로 자연이 주는 최고의 선물이 아닐수 없다.
봄바람에 흩날이는 벚꽃잎들을 바라보며 온천천을 걷는다. 강뚝을 따라 화사함을 더해주던 벚꽃들이 어느새 반 이상 떨어지고 초록의 잎들이 대신하고 있다.
해마다 이맘 때, 그러니까 4월 초순이면 어김없이 온천천 벚꽃축제가 열렸었다. 부산 연제구 온천천 시민공원에서 ‘연제 한마당 축제’라는 타이틀로 작년까지 12회째인가 열렸다고 한다.
그런데 올해는 웬지 벚꽃 축제소식이 감감했다. 예년같으면 흐드러지게 핀 벚꽃나무 아래서 3일씩이나 흥겨운 시간을 보내곤 했었는데 올해는 도무지 감감하니 무슨일인가? 모두들 궁금해한다.
그리곤 나름대로의 논리와 추측으로 갑론을박이다. ‘기상청에서 벚꽃 개화시기를 잘 못 예상하는 바람에 제 때 열리지 못했다’. ‘아니다. 지방선거를 앞둔 터라 자칫 선거관련 추문이라도 발생할까? 싶어 취소한 것이다’ 등등 여러 가지 설 아닌 설들이 분분했다.
딴은 이상하다. 작년까지 열두번이나 해마다 열린 지역의 대표적인 축제가 왜 열리지 않은 것일까? 궁금증이 일게 마련이다. 연제문화원 온천천 벚꽃축제위원회에서 주관해왔다는 벚꽃 축제가 이유도 모른채 열리지 않으니 시민들의 궁금증이 일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축제가 열리지 않은 이유를 알고보니 조금은 궁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유인즉, 현재, 온천천에서 시공하고 있는 재해위험지 정비공사로 인해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무기연기했다는 연제문화원과 연제구청의 답변이다.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었겠지만 봄날 축제의 즐거움을 기다려 온 시민의 입장에서는 다소 서운한 마음도 없지 않다.
부산의 대표적인 벚꽃 축제를 그런 이유로 무기연기했다면, 시민의 안전을 챙기는 조치에 대해서야 가상하고 고마운 일이지만, 행여 무책임하거나 행정편위주의적인 발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이다. 왜냐하면 해당 공사가 수년(작년부터 시작하여 2016년 2월 완공예정)동안에 걸쳐 이루어지는 것이므로, 사전에 별도의 충분한 대비를 하고, 3일간의 공사중단을 한다면 축제진행에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였기 때문이다. 물론 전문적인 내막이야 할 수 없지만, 적어도 필자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공사현장의 모습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해보는 것이다.
거기다 진정 안전사고의 위험이나 공사방해의 우려때문에 축제를 연기해야 했다면, 사전에 그런 취지의 안내라도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군데군데 알림판 몇 개라도 세워두면 될 것이고, 그것도 아니면 온천천을 가로지르는 연안교나 세병교 다리 난간에다 그 흔한 플랭카드 한 두장만 걸어두어도 온천천 축제를 기다려 온 시민들이 이렇게 궁금해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글 / 김길수 본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