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일절은 삼일운동 96주년이 되는 해이다. 해마다 3.1절이 오면, 우리는 선열들의 자주독립정신을 되새기자는 다짐을 한다. 집집마다 태극기를 달고, 전국 곳곳에서 96년 전에 일어났던 옛 삼일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거행하기도 한다. 모두 애국선열들의 자주독립정신을 계승하고 더 낫고 좋은 나라를 만들자는 취지에서다.
삼일독립만세운동이 우리 후손들에게 주는 교훈이야 새삼 강조할 것도 없다. 한마디로 조국의 자주독립정신을 일깨우고, 민족의 자긍심을 드높여준 정신적 유산이다. 아울러 전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민족의 자존(自尊)심이자, 민족정기의 원천(源泉)이라 할 만하다. 우리가 역사에서 익히 배워 알고 있듯, 3.1독립만세운동이야말로 전 세계 피압박민족들의 독립의지를 깨우쳐 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점이다. 우리의 비폭력 평화주의에 입각한 3.1운동은 전 세계에 귀감이 되었음은 물론, 중국인들이 일제에 맞서 일으킨 5.4해방운동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사실만 보더라도 잘 알 수 있는 일이 아닌가! 그러니까 전 세계의 모범이 되는 정신운동임에 우리는 한껏 자긍심을 가져도 좋을 일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이 3.1정신을 거의 잊고 있다. 이미 100여년에 가까운 아득한 역사속의 일이 되어버렸고, 21세기가 열린 지금에 이르러서도, 새삼 고리타분하게 ‘무슨 3.1정신?’ 할 사람도 없지 않다. 우리들 대부분은, 특히 풍요로운 환경에서 성장해 온 젊은 세대들은 그저 하루를 쉬는 법정공휴일 정도의 인식밖에 없는 게 현실이기도 하다.
하기야 새삼 3.1 운동당시에 처했던 조상들의 고난과 처참했던 피압박민족의 설움 같은 걸 거의 100년이 지난 이제까지 들먹일 필요가 어디에 있는가? 하는 반문도 생길 수 있을 것이다. 정치 경제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당시의 지배국이었던 일본에 당당히 맞설 수 있다는 자신감이 충만한 이때, 굳이 어려웠던 과거에 얽매일 필요가 있느냐? 는 이의제기도 있을 수 있으리라.
그렇지만 우리가 분명히 기억하고 되새겨야 할 일은 결코 우리 선열들이 겪었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고난의 역사를 잊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당시 우리 민족에게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준 일본의 태도는 그 때나 지금이나 별로 달라진 게 없다는 점을 항상 잊어서는 안 된다는 점이 역사가 가르치는 교훈이기도 하다.
일본의 태도를 보자. 엄연한 역사적 사실도 인정하지 않고, 은폐하거나 억지 주장을 펴고 있지 않은가? 전 세계인들이 모두 인정하는 객관적인 문제도 그들만은 인정하지 않으려고 하지 않는다. 교과서 왜곡문제, 정신대 문제, 전 세계를 상대로 일으킨 전범들의 참배문제도 그렇고, 얼마 전에도 다케시마(竹島)의 날 이라며 독도를 자기네 영토라는 주장을 해대는 꼴을 보고 있지 않은가! 우리로서는 잊어서는 안 되고, 결단코 양보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단적인 예를 더 들어보자. 며칠 전, 일본정부에서 일제 강점기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미쓰비시 중공업에서 1년간 강제 노역한 할머니에게 1,854원(199엔)의 후생연금 탈퇴수당을 지급했다고 한다. 얼마나 우리를 얕잡아보고, 우습게 생각했다면 이럴 수가 있는가? 일본인들이나 일본정부의 속셈이 너무도 졸렬하고 야비하다는 생각에 참을 수 없는 민족적 울분마저 느껴진다.

우리는 삼일절이 되면 전국 곳곳에서 삼일운동 재현행사를 거행한다. 우리고장만 해도 부산의 동래시장 재현행사, 구포장터 만세운동 재현행사를 비롯하여 울산 경남지역의 곳곳에서 재현행사를 볼 수 있다. 이러한 재현행사를 거행하는 이유야 삼일독립정신을 잊지 말아야 하고, 자라나는 어린 세대를 비롯한 후세대들에게도 고취시키자는 뜻이 담겨있다 하겠다.
동시에 가정마다 태극기 달기운동을 전개한다. 국가와 애국심의 상징인 태극기를 게양함으로써 나라사랑 정신을 일깨워보자는 뜻이다. 해마다 동사무소나 주민 센터에서 태극기 달기를 독려하고, 태극기를 나눠주기도 한다. 애국단체에서는 적극적으로 태극기 달기 캠페인을 벌이기도 한다.
하지만 해마다 결과는 씁쓰레하다. 태극기 달기마저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고장 난 테이프에서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듯 태극기를 달지 않은 가정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고급아파트촌이나 부유한 동네일수록 참여율이 더 저조하다는 평가도 있다니 아이러니다.
올해는 삼일운동 96주년임과 아울러 광복 70주년이다. 기억하고 기념해야 할 해임에는 틀림없다. 거기다 한일 수교 50주년이 되기도 한다. 한 일 양국 간 과거의 은원(恩怨)을 털고 새로운 우호증진의 역사를 써 가야 할 해임에 틀림없다. 일방적인 우호증진의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으랴 만, 우리는 우리대로의 의연한 태도와 자존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지금까지 우리 국민의 대다수는 이 위대한 독립정신을 선양하고 되새기는 일에 상당히 게으르고 소홀한 게 아니었나 하는 자성을 해보아야겠다. 개인주의와 물질만능이라는 시대적 상황에 모두가 지나치게 몰입한 결과라 할 수도 있겠지만 결코 바람직한 상황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래서 올해의 삼일절에는 집집마다, 태극기 달기라도 제대로 해 보는 게 어떨까? 일제 강점기 전후나 산업화 시대를 겪어온 장년이상의 분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고,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도 지나온 역사를 가르치고 승계시켜주는 것이야말로 국가와 민족을 위한 애국의 길을 가르치는 길이 될 테니까.
글 / 김길수 부울경뉴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