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수 논설위원

어느새 한해의 마지막 달이 열렸다. 새해를 맞이한다며 부산을 떨었던 지가 정말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마지막 달이라니…! 새삼 세월의 빠름을 절감한다.
거리엔 벌써 연말분위기다. 차가운 바람도 한 몫 하는 것 같다. 아파트 단지 안에도 성탄과 연말을 맞아 나눔과 봉사를 위한 플랜카드가 내걸리기 시작했다. 해마다 이때가 되면 세월 가는 데 별 관심 없이 지낸 사람들도 문득 ‘아니 벌써?’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지난 일에 대한 잘잘못을 돌아보고, 한 해를 보내는 아쉬움에 젖어드는 게 인지상정이다.
따지고 보면, 단지 자연의 흐름일 뿐이다. 자연법칙에 맞춰 인위적으로 구분 지은 한 해에 불과하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요즘 유행하는 가요의 가사처럼, 세상은 가만있는데 우리만 변하다보니 더욱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것이리라.
한 해의 마지막 달을 아쉬움 속에 보내면서도, 새해를 향한 희망의 불씨도 지피게 되는 게 또한 인지상정이다. 그래서 1년의 마지막 달 12월은 항상 들뜨고 부산하고 정신없이 보내게 된다. 지난 아쉬움과 새해에 대한 설렘이 항상 혼재하고 있으니까.
그래서 우리는 즐겨 망년회(忘年會)를 이야기한다. 괴롭고 가슴 아팠던 지난해를 잊어버리자는 뜻이다. 일제 강점기부터 우리의 연말 회식문화로 자리 잡아온 말이다. 대신 근년에는 송년회(送年會)란 말의 사용빈도가 좀 더 많아진 것 같다. 굳이 주석을 붙인다면 지난 한해를 반성과 성찰로 되돌아보고 보내자는 뜻이라 할 수 있겠다.
기왕이면 망년보다는 송년이 좋겠다는 생각이다. 지난 일이 괴롭고 가슴 아파도 새길 건 새겨두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 새해에는 보다 나은 진전이나 발전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금년은 망년회보다는 송년회를 가져야겠다. 개인적으로도 누구나 한두 가지 아쉽고 괴로운 기억이 없을까? 거기다 국가 사회적으로도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운 한해를 보냈는가! 혹자는 ‘세월호 참사’같은 비극을 비롯한 좋지 못한 기억들은 잊어버리는 게 좋다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괴롭고 처참한 기억일지언정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 되겠기에 해 보는 말이다.
개인이든, 사회와 국가든 지난 일은 잊지 말고 기억하되, 그 기억의 토대위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준비를 서둘러야 할 일이다. 쉽게 잊어버리는 것은 우리의 국민성인지 모르지만, 치명적인 우리의 약점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래서 우리는 이달에 새해를 준비하자! 1년 계획을 연초에 세운다(一年之計在於春)는 말은 급변하는 현 세태에 좀 부적절한 것 같다. 새해가 열리면 그때부터는 바로 실행이 되어야지, 계획하고 준비하는 달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아서다.
금년보다는 좀 더 나은 내년을 위해, 개인은 물론 국가나 사회, 모두가 보다 알찬 준비에 부산을 떨어야 할 때가 바로 금년의 마지막 달, 바로 이 달이다.
글 / 부울경뉴스 논설위원 김길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