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수 논설위원

요즘 SNS에 떠다니는, 정말 공감이 가는 이야기 하나!
「어떤 선생이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솔직히 너희들을 평등하게 보지 않는다. 우리 교실에도 신분이 각기 다른 네 등급이 있다. 공부 잘하고 싸가지 있는 놈이 왕족이고, 공부는 못해도 싸가지 있는 놈은 귀족이다. 그리고 공부도 못하고 싸가지도 없는 놈은 일반 평민이고, 공부는 잘하면서 싸가지가 없는 놈은 최하위인 노비등급이다“ 라고.」
신분이나 등급으로 나누는 게 좀 각박하지만, 재미있는 분류라는 생각이 든다. 얼마나 솔직하고 제자를 사랑하는 선생인가 싶기도 하다. 공부도 못하고 싸가지도 없는 놈이야 자기 인생 하나 힘들고 고달프면 되지만, 공부는 잘하면서 싸가지가 없는 놈은 다른 많은 사람들을 고통에 빠뜨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란다.
가진 자와 권력자의 ‘갑’질 논란에다, 유아학대사건 등 온갖 파렴치하고, 패륜적인 사건들로 온 나라가 시끄럽게 돌아가는 요즘의 세태에 너무도 딱 들어맞는 이야기 인 것 같아 정말 공감이 간다는 얘기다.
그런데 여기서 '싸가지'가 뭔가? 사전을 찾아보니 싹수나 소갈머리의 전라도와 강원도의 방언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싹수라는 얘긴데 이는 스스로 성찰하는 능력 또는 사람으로서 가져야 할 기본적인 인성 정도가 아닐까? 우리가 흔히 덜 떨어진 사람을 보고 ‘싹수가 노랗다’는 말을 쓰곤 하지 않는가!
그러니까 위 선생의 말을 달리 의역하면 성적보다는 싹수가 있어야 한다는 뜻일 게다. 그런데 요즘 부모나 선생들은 모두가 솔직히 싹수보다는 성적에 치중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싸가지가 없어도 별 개의치 않고 성적만 좋으면 모든 게 다 용서되는 세상이다. 물질만능주의 세태가 만들어 낸 슬픈 우리의 현실이고 그래서 점점 세상은 싸가지 없는 세상이 되어가는 것 같다.
새해벽두부터 보육교사들의 유아학대현상이 여기저기서 점점 더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우리고장 울산에서도 여러 건의 사고소식이 매스컴을 타고 있는 걸 보면 결코 멀거나 남의 일이 아니다.
보육원운영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생각한 몰지각하고 몰상식한 인간들이 저지른 용서할 수 없는 작태들이다. TV화면 바라보기가 무섭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조폭이 휘두르는 폭력장면과 하등 다를 게 없다. 같은 국민으로서 부끄럽고 참담하다. 오죽하면 미국의 CNN에서는 한국의 아동학대장면을 심장 약한 사람들은 함부로 보지 말도록 권고까지 했다지 않는가!
이런 한심한 세태가 모두 인성 교육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임은 전문가가 아니라도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 1970년대 이후 갑작스럽게 불어 닥친 도시화 산업화과정의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시기에 태어나, 오직 성적만을 위주로 교육받아온 세대들이 오늘 날 각급 교단의 중심에 서 있다. 기성세대들이 그들에게 제대로의 싸가지 교육을 시켰고, 또 받아왔을까? 그러니 그 사람들도 자연히 성적위주로 교육함은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비단 교단뿐만이 아니다. 도처에서 마치 시한폭탄처럼 터지는 사건 사고들을 분석해보면 모두가 자기중심의 극단적 이기주의, 말하자면 싸가지 없는 사람들의 행태가 아니던가! 지위가 높다고, 가진 게 많다고 그렇지 않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이런 사람들이 안하무인(眼下無人)인 경우가 더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아예 ‘노블레스 오블리쥬’정신은 아예 기대조차 하지 않는 게 현명할지 모른다.
화려한 경제발전의 어두운 이면 모습이다. 미비한 제도적 정비도 서둘러야겠지만, 무너져버린 인성교육을 어떻게 세워야할지 온 국민이 고민할 때다. 나라와 사회의 장래가 올바른 교육에 있음을 한 번 더 되새겨야 할 때다.

글 / 김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