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수 논설위원

지금부터 109년 전, 우리들이 익히 알고 있는 장지연선생의 논설인 ‘이 날, 목 놓아 통곡하노라(是日也放聲大哭)’은 1905년 11월 20일「황성신문」 에 실렸다. 이 논설로 황성신문은 일제에 의해 강제 정간되었는데, 내용은 바로 그해, 11월 17일 일제가 강압으로 협박하여 우리나라의 외교권을 박탈한 늑약(勒約)체결을 비판한 내용이다. 당시 고종은 끝까지 이를 인정하지 않았으므로 당연히 늑약이다. 늑약이란 억지로 맺은 조약이란 말로, 양국이 상호 대등한 입장에서 합의로 이루어진 것을 말하는 조약과는 엄연히 다르다. 당연히 우리가 그동안 배워온 을사보호조약이란 말은 말이 되지 않는다.
이 날, 그러니까 오늘, 11월 17일을 정부에서는 순국선열의 날로 매년 기념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기념일인 오늘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 않다. 행사를 주관하는 정부당국자들과 관련단체 등만 알고 있는 게 현실이고, 행사도 세종문화회관에서 중앙행사만 치르고 있는 실정이니까.
모두 아시다시피 순국선열의 날은 대한제국이 실질적으로 국권을 상실한 날이다. 따라서 우리 모두가 익히 알고 있는 1910년 8월 29일, 한일 합방이 이루어진 이른바, 경술국치일(庚戌國恥日)은 실속 없이 허명(虛名)만 남아있던 대한제국의 마지막을 최종 확인한, 다시 말해 형식적으로 국권을 상실하는 절차를 밟은 날짜에 불과하다는 것이 옳다.
‘순국선열의 날’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정원에서 1939년에 ‘순국선열공동기념일’로 제정하여 올해로 75년째이고, 그동안 민간단체, 정부, 유족단체 등으로 행사주관이 바뀌어오다가, 1997년에야,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정부기념일로 복원하여 그해 11월 17일부터 정부 주관 행사로 거행해 오고 있다.
행사의 취지야 애국선열들의 독립정신과 희생정신을 본받아 번영된 조국을 이루어나가자는 것이니 실질적으로는 순국선열의 날이라는 명칭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것도 아니다.
나라를 되찾은 지도 어언 69년, 한일 국교정상화가 이루어진지도 내년이면 50년이 되는 올해에도 어김없이 일본은 역사교과서를 왜곡하고, 총리가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문제는 물론, 독도 문제 등으로 이웃국가와의 선린을 해치고 과거 군국주의로 회귀하는 행태를 점점 더 노골화해가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끊임없는 정쟁과 국론분열로 편할 날이 없다. 정치인을 비롯한 각계의 국가적 지도자들이 보이는 당리당략과 무책임, 그리고 사리사욕이 빚어내는 극단적 이기주의가 우리들 애국시민들의 가슴을 무너지게 하는 것도 얼마나 많은가 싶다.
‘세월호참사’ 라는 엄청난 재앙을 당하고도 이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보이고 있는 사회적 갈등과 이를 제대로 치유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단적인 하나의 예가 될 수 있겠다.
그래서 양식 있는 수많은 국민들이 우려하는 것은 작금의 우리사회가 과거 조선시대 임진왜란 이전의 국론분열양상이나, 대한제국이 멸망한 1905년 이전의 행태와 흡사하다는 우려를 하고 있는 게 오늘의 현실이다. 결코 허투루 들어 넘길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우리는 이런 때일수록 지나온 과거 일을 뒤돌아보고 애국선열들의 고귀한 애국애족정신을 되새겨보는 지혜가 필요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라 하겠다. 이를 위해 기념행사도 지방까지 확대해야겠다.
지자체나 각급단체에서의 자발적인 행사추진도 있어야겠다. 우리고장 출신 순국선열들의 위훈을 받들고 되새겨보는 것은 우리지역민의 향토애를 북돋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지역 언론이나 각급기관, 단체에서의 적극적인 홍보와 협조도 필요함은 물론이다.
순국선열들의 높은 이상과 고귀한 희생정신을 받들어 단합된 국론을 이끌어내고, 국가발전에 이바지 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해야 할 일이 아닐까? 싶다.

글 / 김길수
부울경뉴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