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수 논설위원

봄의 시작이라는 입춘(立春)입니다. 봄의 시작이자 실질적인 한 해의 시작이라고도 합니다. 쉽게 말해 봄의 기운이 하늘과 땅, 온 천지에 가득해지기 시작하는 절기란 뜻이지요. 입춘시기가 되면, 입춘 값을 하느라고 매서운 추위가 많이 남아있기는 하지만, 다가오는 봄의 대세(大勢)는 이미 느껴지게 됩니다. 지겹던 겨울이 어느 듯 저만치 물러나고, 이제 곧 남쪽으로부터 봄소식이 봄바람을 타고 올라오겠지요. 꽃잎으로, 훈풍으로 우리 곁에 성큼성큼 다가오리라 생각합니다.
 

어릴 적, 해마다 입춘이면 집집마다 입춘첩(立春帖)을 써 붙이던 생각이 납니다. 대문에도 붙이고, 기둥에도 붙여 봄맞이를 했던 기억이 말씀입니다. 여러 가지 입춘첩 중에서도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이란 문구가 가장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 뜻은 ‘봄이 시작되니 크게 좋은 일, 경사스러운 일이 많이 생기기를 기원한다.’ 라는 뜻을 담고 있답니다.
 

매서운 추위를 뚫고, 새봄이 돌아오니 얼마나 반갑고 좋았겠습니까. 요즘같이 훈훈한 난방이 된 시절도 아니고, 그야말로 모든 게 부족함을 넘어, 춥고 배고팠던 시절, 우리의 옛 어른들은 마음만이라도 따뜻해지고, 한 해의 희망을 염원하는 방편으로 정성스럽게 이런 글귀를 써 붙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그런 생각에서 작년에는 서툰 붓글씨로 화선지에다 ‘立春大吉 建陽多慶’이라 적어보았습니다. 하지만 너무 글씨가 말이 아닌지라, 당초에 아파트 우리 동 출입구에 붙이려던 것을 포기하고, 우리 집 현관문에만 붙였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 붙여놓고 보니 들며 날며 보는 재미도 재미지만, 마음속의 기원을 밖으로 비록 문자이지만 형상화 시켜 표현했다는 점에서도 좋고, 또 붙이고보니 어딘가 운치가 있어 모양새도 좋아 보였습니다.
 

그래서 올해에도 비록 못 쓰는 글씨지만 정성스럽게 적어보려고 합니다. 아울러 모든 분들이 각자 마음에 드는 입춘첩을 적어 대문과 마루 기둥에 붙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아파트에 거주하시는 분은 현관문 위에 붙이는 게 좋다고들 합니다.
 

입춘은 우리의 조상들이 한해 농사의 시작점으로 생각했던 절기이기도 합니다. 자연히 옛 농경사회에서 이 절기의 중요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을 정도였습니다. 첫 시작이 잘 되어야 결과도 좋을 것임은 너무도 뻔한 일이니까요.
 

작년에도 그랬지만 새해에도 벽두부터 온갖 사건 사고들이 빈발하는 걸 보면 우리 사는 세상이 참 불안하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아직 부조리하고 불합리한 점이 많아 그렇겠지요. 그리고 천재(天災)도 아닌 인재(人災)로 인한 사건 사고도 너무 많은 우리 세상이 아닙니까? 이런 때일수록 세상일을 모두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매사에 정성을 다해 조심조심한다면 뭐가 달라져도 조금은 달라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덩달아 일어납니다.
 

마음 씀씀이와 신념에 따라 결과가 많이 달라지는 세상살이를 누구나 경험하시지 않습니까. 진실로 소망한다면 꼭 이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지 않습니까. 말로만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입춘첩 한 장을 써 붙이고 매일 매일 바라보노라면, 거기에 따른 신념이 생기고, 이 신념은 우리들의 삶에 위안과 희망을 던져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보는 것입니다.
 

그래서 입춘첩 한 장을 그럴듯하게 써 붙이세요. 그리고는 가정마다 개인마다 한 해, 아니 새봄의 소망을 기원해 봅시다. 봄이 시작 되는 날! 자신에게 던지는 멋있고 운치 있는 덕담이 될 것이 틀림없으니까요.
글/김길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