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수 위원

문득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을 생각해본다. 봄은 왔지만 봄 같지 않은 봄이라는 말이다. 중국 전한시대에 북방 흉노족에게 인질로 잡혀간 왕소군이라는 미인의 처지를 표현한 말이라고 한다. 때에 맞춰 뭐가 제대로 풀리지 않거나 상황이 맞지 않을 때 곧잘 쓰는 말이 되어버렸다.
오늘이 춘분이다. 옛 농경시대 모든 농사가 시작되는 절기라고 한다. 한 해 농사가 실질적으로 시작되는 절기이니 모든 사람들의 희망이 따뜻해진 봄볕과 함께 한껏 무르익어가는 시기가 아니었을까 싶다.
그런데 요즘, 신문이나 방송에서 들려오는 이야기들을 듣다보면, 정말 봄 같지 않은 봄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갑남을녀(甲男乙女)들인 일반 서민들로서는 날로 따뜻해지는 봄볕처럼, 가정경제도 호주머니 사정도 좀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희망이지만, 그게 제대로 되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어느 쪽에서는 경제가 실패한 상태라 하고, 또 다른 쪽에서는 잘 돌아가고 있다며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기도 하니, 헷갈리기만 하고 도무지 뭐가 뭔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뉴스들을 듣다보면 갑갑한 기분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무엇보다 청년실업률이 두 자리 숫자를 넘어가며 15년래 사상최고치라는 소식이다. 미래의 주역이라는 청년들이 사회에 첫발을 디디면서 이미 빌려 쓴 학자금 등으로 많은 빚을 안고 출발한다는 뉴스가 있는가 하면, 기업에서도 경기가 좋지 않으니 채용규모마저 자꾸 줄이는 형편이라니 아예 취업을 포기하는 청년들도 늘어난다고 하지 않는가!
그래서 ‘청년실신자’도 계속 늘어난다고 한다. 청년실신자란 청년실업자와 신용불량자를 합친 말이라고 하는데, 듣기조차 암담한 말이 아닌가! 거기다 중·장년층의 실업상태도 만만치 않다는 이야기다. 구조조정이나 정년 등으로 조기에 퇴직할 수밖에 없었던 중·장년들이, 그것도 일 할 수 있는 지적·육체적 능력이 아직 왕성한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국가와 사회를 위해서도 엄청난 손실이 아닐 수 없다.
경기부양을 위해 많은 투자를 유도하고 임금인상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세이긴 하나, 기업 쪽에서는 임금인상의 여력이 없다고 하니, 보고 듣는 사람들은 참으로 헷갈리고 답답하다.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일자리창출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는 점이야 이해하지만 별무효과가 아닌가 싶어 안타까운 일이다.
듣고 보는 서민들로서는 도무지 제대로 알 수가 없다. 뭘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도 알 수가 없다. 그저 자기 일에 열심히 일하는 수밖에 없는데 일자리가 없다면 도대체 뭘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정말 봄 같지 않은 봄이라는 자조적인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지경이다.
다행히 오는 25일, 벡스코에서는 올 들어 처음으로 대규모 경력직과 중·장년층을 위한 ‘2015 경력직·중장년 일자리 박람회’와 청년, 여성, 시니어 층을 대상으로 하는 ‘지역맞춤형 일자리 박람회‘를 오는 25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개최한다고 한다. 여기에는 모두 120개 지역기업이 참여한다고 한다.
일자리를 구하는 많은 분들이 기대를 가지지 않을까 싶다. 부산시에서는 생색내기를 위한 박람회가 아닌, 진정 구직희망자를 위한 내실 있는 박람회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참여하는 기업에서도 기업의 장래는 결국 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는 긴 안목을 갖고, 능력과 비전을 가진 맞춤형 인재를 발굴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종종 박람회라는 이벤트성 행사자체를 일자리 창출을 위한 실적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없지 않았음을 많은 구직희망자들은 기억한다. 홍보성 실적이나 체면유지를 위한 박람회를 열기에는 주변 상황이 너무 절박한 게 현실이다.
이런 엄중한 현실을 부산시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물론, 모든 참여기업에서도 경제발전과 구직희망자들에게 그야말로 희망을 던져준다는 차원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해주길 바란다.
아무쪼록 을미년 새 봄은 모든 분들이, 봄 같지 않은 봄이 아니라, 정말 봄다운 봄을 맞이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글 / 김길수
부울경뉴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