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길수 논설위원

6월도 어느 듯 하순이다. 이번 주에는 민족의 최대비극이었던 6.25 전쟁발발 65주년을 맞는다. 반세기가 훨씬 지났음에도 전쟁의 종식은커녕, 북의 위협과 도발은 더 악랄해지고, 빈도 또한 더욱 많아지고 있다. 핵무기를 비롯한 첨단 무기로 쉼 없이 상식 밖의 도발과 위협을 계속해오니 정말 진정한 평화는 언제 올 것인가?
이제는 6.25의 비극을 기억하는 세대도 얼마 되지 않는다. 전 국민의 절대다수는 전쟁을 체험해보지 않은 세대다. 자연히 전쟁의 참상도 모르는 게 정상이다. 당시에 겪었던 부모세대들의 고난과 고통도 당연히 이해 못할 뿐만 아니라, 그러한 국난을 어떻게 극복해 왔는지도 잘 모른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국민들은 누구도 이 점을 간과해선 안 되겠고, 다시는 6.25와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그 당시 상황을 알리고 전달해야 할 책무를 지고 있다.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우리가 기억하는 두 번의 연평해전도 6월에 일어났다. 1999년 6월 15일 일어난 제1연평해전과 2002년 6월 29일 일어난 제2연평해전이 그것이다. 북한의 기습적인 도발에 의해 많은 우리 장병들이 희생한 해전이 아닌가!
아마도 6월을 결코 잊지 말라는 경각심을 일깨워주기 위한 메시지가 아닐까? 6월에는 누구나 나라를 지키기 위해 자신을 희생한 사람들의 희생과 공헌을 생각하라는 것일 게다. 그리고 다시는 같은 비극이 되풀이 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게 국민적 도리를 다하라는 것일 게다.
잊지 말아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특히 기억해야할 일은, 이제는 팔순을 넘긴 소년병들의 이야기다. 해마다 그랬듯이 올해에도 6.25전쟁 참전의 마지막세대인 소년병이야기가 언론마다 단신으로나마 이어진다. 당시는 소년들이었지만 모두 80을 넘긴 고령들이다. 나이 17세 이하인 학생들, 중3 아니면 고등학교 1학년 정도의 나이에 조국의 위기를 구하고자 전선으로 참여했다니 지금 생각해도 과연 가능한 일인가 싶을 정도다.
당시에 실제로 전투에 참전한 인원이 3만여 명에 이르고 전사자만 2,600여명이라고 한다. 후방에서의 선무공작 등 지원에 참여한 숫자를 포함하면 인원수는 훨씬 더 많은 게 사실이다. 군번도 없이 제대로의 훈련도 받지 못한 채 전장으로 달려가 희생된 분들이다. 참전한 소년병 중 지금까지 생존한 분이 6,000여명에 불과하다고 하니 이분들이 돌아가시고 나면, 6.25는 그야말로 역사속의 전쟁이 된다.
또 하나의 이야기는 6.25당시 유엔군으로 참전한 미군들 가운데는 미국 장성(將星)들의 아들 142명이 포함되어 있었고, 이들 중, 35명이 전사했다는 이야기다. 무슨 이유인지 잘 알려져 있지 않은, 누구도 들려주지 않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극동아시아의 이름조차 제대로 모르는 작은 나라를 위해, 또 그곳 사람들의 자유와 평화를 지켜주기 위해 참전했다는 게 역사적 사실이지만 싶게 믿어지지 않는 것도 사실이다. 믿어지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우리의 많이 가지고 많이 배운 자들이 주로 회피하거나 기피해 온, 그래서 왜곡되고 관행화 되어버린, 상식으로는 쉽게 납득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 참전자중에는 미8군 사령관 밴 플리트 대장, 당시 아이젠하워대통령 당선자, 유엔군 총사령관 클라크장군, 미8군 워커사령관의 아들들이 포함되어 있었고, 거기에다 비록 적의 괴수였지만, 당시 중공주석이었던 모택동의 아들도 중공군의 일원으로 한국전에 참전하여 전사까지 했다지 않은가!
많이 부끄러운 일이다. 우리가 지원한 월남전이나 몇몇 나라에 대한 해외파병 시, 과연 우리나라 장성들이나 고위지도층의 자제들이 몇 명이나 있었던가? 과문(寡聞)의 소치인진 몰라도, 별로 들어본 바가 없다.
그뿐 아니다. 우리의 정치지도자들인 선량(選良)들이나 고위관료를 비롯해서 각계의 사표가 될 만한 지도자들의 병역미필사례가 왜 그리도 많은지? 너무도 흔히 들어온 이야기라 이제는 쇼킹한 뉴스거리도 아니다. 책임이나 의무가 존중되는 정의로운 사회라면, 마땅히 금기시되어야 할, 병역비리(兵役非理)라는 단어가 마치 유행어처럼 항간에 범람하겠는가.
민주화와 산업화로 세계적인 선진대열에 접어들었다는 지금도 그러할진대, 해방 이후 정부수립초창기나 과거 독재시대에는 이러한 사례가 더욱 많았으리라는 것은 불문가지다. 한마디로 노블리스 오블리제(Noblesse Oblige) 정신이 많이 부족한 국민들이란 생각이 앞선다.
6월이니까 더욱 생각나는 일들이다.

글 / 김길수 부울경뉴스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