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대군 기장군의회 의원

저는 오늘 고리1호기 폐로에 즈음하여 정부와 한수원 등 관계기관에 몇 가지 당부의 말을 전하기 위해 이 자리에 섰습니다. 지난 6월 16일 (주)한국수력원자력이 고리1호기 계속운전 신청을 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고리1호기 폐쇄가 확정됐습니다.
국내 최초로 이뤄진 원전 폐쇄 결정에 고리1호기 소재지역 주민들은 일제히 환영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폐쇄 결정은 오히려 끝이 아닌 시작에 가깝습니다. 국내 최초의 원전 발생지인 기장군에서 이제 국내 최초의 원전해체라는 새로운 시작점에 서게 된 것입니다.
6월 21일 정부는 고리1호기 해체 로드맵을 공개했습니다. 오는 2019년까지 1,500억원을 투입해 원전해체기술 개발을 완료하고 2022년부터 고리1호기 해체에 착수, 해체준비, 사용후핵연료 인출냉각, 제염․철거, 부지복원의 단계를 거쳐 2030년까지 해체작업을 마칠 계획이라고 합니다.
정부에서 고리1호기 해체 로드맵을 발 빠르게 공개한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이번 고리1호기 폐쇄과정에서 경험했듯이 시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키우는 것은 다름 아닌 비밀주의임을 깊이 인식하고 앞으로 진행될 해체 과정에서는 관련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원칙을 지킴으로써 안전을 확보하고 시민들의 불안감을 해소해야 할 것입니다.
고리1호기 해체에 발맞춰 현재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는 원전해체 시장에 적극 대응해야 합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전세계 상업용 원전해체 시장은 2050년까지 200조원 규모로 확대될 전망인데, 이번 고리1호기 폐쇄결정이 우리나라 원전해체기술 연구에 박차를 가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특히, 이번 고리1호기 폐쇄결정으로 최근 각 도시에서 치열한 유치경쟁을 벌이고 있는 원전해체연구센터의 기장군 유치의 당위성이 더 크게 부각되고 있습니다.
기장군은 우리나라 최초의 원전 발현지이자 최대의 원전밀집지역입니다. 우리나라 원전산업의 역사가 기장군에서 시작되었고 역사상 최초의 원전폐로 역시 기장군에서 결정된 만큼 해체기술 연구의 첫발도 기장군에서 내딛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며 당연한 일입니다.
앞서 얘기했듯이 고리1호기의 성공적인 해체를 위해서는 정보의 투명한 공개와 지역주민과의 소통과 설득이 필수적입니다. 원전해체연구센터가 다른 곳에 설치된다면 주민소통과 설득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원전해체연구센터는 지난 세월동안 원전공포에 시달려 온 기장군민과 부산시민들을 위한 보상의 의미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을 감안할 때 원전해체연구센터는 반드시 기장군에 설치되어야 할 것입니다.
원전해체와 더불어 심각하게 고민하고 해결책을 찾아야 할 분야가 사용후 핵연료 처리문제입니다.
지난 2013년 10월 30일 각계 전문가와 지역대표, 시민사회단체 대표 등으로 구성돼 국민들로부터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공감대를 이끌어내기 위해 출범한 「사용후 핵연료 공론화위원회」가 지난 6월 30일 20개월간의 활동을 마무리했습니다.
본 의원 역시 지역대표로서 함께 활동한 공론화위원회는 ‘사용후 핵연료 관리에 대한 권고문’을 중앙정부에 제출했습니다. 이 권고문에는 발전소 내에 저장돼있는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처분시설을 2051년까지 건설하고 이를 위해 2020년까지 부지선정을 완료할 것, 발전소 내 한시적으로 보관한 사용후 핵연료에 대한 비용을 지불할 것 등을 건의하는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지난 20개월간의 공론화 활동에서 가장 어려움을 느낀 것은 정부와 주민 간 신뢰의 부재였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원자력 관련정책을 수립․집행하는 과정에서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제도의 불합리한 운영, 정부가 약속한 지원사업의 미집행, 의사소통 노력의 부재 등으로 지역주민들의 불신이 쌓이게 된 결과입니다.
사용후 핵연료 처리는 원전소재 주민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는 분야인 만큼 정부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다른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그리고 사용후 핵연료 처리에서 이해관계가 가장 치열하게 대립될 것으로 예상되는 부지선정에 있어서 정부는 현재의 원전소재지역을 제외한 지역에 영구처분장과 중간저장 부지를 확보해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하는 것이 현재 원전소재지역에 과도하게 쏠려있는 ‘비용과 편익의 사회적 불균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원자력은 1978년부터 37년간 우리나라의 에너지 공급과 산업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지난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원자력에 대한 불안과 반대가 심화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원자력을 완전히 대체할 수 있는 에너지 개발은 아직 요원합니다. 이번 고리1호기 폐쇄결정은 한국 원자력사(史)에 길이 남을 사건이며 일대 전환점입니다.
이번 폐쇄결정을 계기로 원전해체기술과 사용후 핵연료 처리기술 선점을 통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기대합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에서 과거 보였던 비밀주의, 소통 부재, 약속 불이행 등의 관행을 반복한다면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입니다.
 원자력정책 성공의 가장 큰 열쇠는 국민, 특히 지역주민들의 수용성 제고이며, 수용성 제고는 오로지 투명한 정보공개와 적극적인 소통을 통한 신뢰회복에서 기인함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감사합니다.
글/김대군 기장군의회 의원(부의장/새누리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