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1월 8일 이른바 ≪존엄사법 또는 웰다잉(well-dying)법≫으로 불리는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 법사위 및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이로써 1997년 12월 4일 서울보라매병원 사건(임종 단계에 있는 환자를 퇴원시켜 죽음에 이르게 한 의사에게 대법원이 살인죄의 공범으로 유죄를 선고한 판결)으로 촉발되었던 ‘품위 있는 죽음(well-dying)’에 대한 실정법상의 근거가 무려 18년간의 논쟁 끝에 마련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존엄사법 제정의 필요성과 의료현실의 문제를 문학을 통하여 미리 제기한 작가와 소설이 있다.

▲ 임재도 소설가, 장편소설 『피터 팬, 법정에 서다』

 2014년 11월 출간된 임재도 소설가의 장편소설 『피터 팬, 법정에 서다』가 그것이다.  

이 소설은 한마디로 그동안 존엄사법이 제정되지 않아 살인자가 된 한 소년의 이야기이다.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를 병원에서 기약 없이 식물로 살게 할 것인가, 아니면 그가 사랑했던 야생의 바다를 향해 영혼의 날개를 펴고 훨훨 날게 할 것인가. 아버지의 죽음에 직면하여 그 방법을 선택해야만 하는 한 소년의 안타깝고 슬픈 이야기이다.
서울의 안정된 직장을 버리고 고향인 남해안의 작은 낙도(소설 속 ‘토끼섬’)로 귀촌한 소년(소설 속 ‘피터 팬’)의 아버지(소설 속 ‘후크 선장’)가 폭풍우로 바위섬에 고립된 섬의 어린이들을 구하고 파도에 휩쓸려 식물인간이 된다. 설상가상 소년의 어머니마저 식물인간이 된 남편과 어린 소년을 버리고 떠나버린다. 회생의 가능성 없이 식물인간으로 기약 없는 연명의료를 하고 있는 아버지 후크 선장, 병원에서 이런 아버지를 혼자서 지키는 소년 피터 팬. 소년 피터 팬은 의사능력이 상실된 아버지 후크 선장과의 눈을 통한 정신적 교감을 통하여 아버지가 병원 대신 영혼이 꿈꾸는 생명의 바다에 안겨 존엄한 죽음을 원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리하여 소년 피터 팬은 담당의사와 공모하여 아버지 후크 선장을 병원에서 몰래 탈출시킬 궁리를 하는데…….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저자는 이 소설을 쓰기 위하여 존엄사와 관련한 다양한 법률논문, 판례평석 등 자료를 참고하였고, 특히 동아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하태영 형법학 교수의 서울보라매병원 사건에 대한 판례평석 「의사의 치료중단과 형사책임」및 두 편의 시사칼럼 「존엄사와 환자의 추정적 승낙」, 「자의퇴원과 환자의 치료중단 논쟁」은 이 소설을 구성하는 중요한 모티브가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이 소설에 대하여 하태영 형법학 교수는 ‘존엄사에 대한 법적 구성요건은 어떠해야 하는가. 이 책은 이러한 무거운 법철학적인 주제를 때로는 만화 같은 필치로 유머러스하게, 때로는 그림을 보는 것처럼 생동감 있게 풀어내고 있다. 한 편의 영화 같은 소설이다.’라고 하고 있고, 또 문희숙 시인은 ‘나는 시를 쓸 때 주로 눈물 속에서 쓴다. 그러나 나는 이 책을 읽고 며칠 동안이나 울었다. 이 책은 여러분을 감동과 눈물의 바다에 빠뜨릴 것이다.’라고 서평에 적고 있다. 

 소설은 전편에 걸쳐 마치 동화 같은 필체로 엮어 놓았다. 특히 이 소설에서 병원을 탈출한 소년 피터 팬이 아버지 후크 선장을 작은 목선에 태워 달빛 바다로 떠나보내는 소설 속 존엄사 장면은 그 서정적 문체와 그림 같은 묘사가 신비롭기까지 하다. 또한 소년 피터 팬이 아버지를 살해한 살인죄로 기소되어 검사의 추궁을 당하는 법정 장면에서는 안타까움에 저절로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이 소설은 존엄사를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단지 웰다잉(well-dying)의 이 문제에만 그치지 않고 삶과 죽음이 단절된 것이 아니라 죽음도 삶의 연장선에 있다는 작가의 인생관이 잘 나타나고 있다.
펴낸 곳 ㈜북랩 값 14,000원 
 부울경뉴스 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