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 교향곡, 연재 제49회 <공소장 변경>
Symphony in C minor ‘Fate’

공소장 변경

증인 유지연의 증언에서 박형기는 정해현이 보낸 것으로 추정되는 10억 원이나 되는 거액을 내연관계에 있는 유지연의 계좌로 받았다는 새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그리고 이 돈을 받은 바로 그날 박형기는 미국으로 도주하다가 체포되었다. 그렇다면 이 돈의 성격은 박형기가 저지른 범행의 대가, 즉 청부살인의 대가일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단지 우연히 사건 현장에 있었다는 박형기의 진술은 거짓이고, 범행 현장에서의 박형기의 역할 또한 단순방조범이 아니라 범죄를 공동으로 실행한 정범으로 봐야 할 것이다. 단순방조를 한 박형기에게 거액의 청부살인 대가가 건네질 수는 없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김용훈 검사가 피고인 박형기에 대한 기소를 단순방조범에서 범행을 공동으로 실행한 공동정범으로 공소장을 변경한 것은 정확한 법률판단일 것이다.

이와 같은 박형기에 대한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형법은 단순방조범에 대한 처벌은 종범으로 처벌하고, 종범의 형은 정범의 형보다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종범에 대하여는 필요적 법정감경사유가 적용된다.

그러나 공소장 변경 허가신청에 의하여 이제 박형기는 법정감경사유가 적용되지 않는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기소되어 피고인 김준하와 마찬가지로 중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고 만 것이다.

살인의 공동정범으로 막다른 처지에 몰린 박형기가 과연 법정에서 어떤 태도를 보일 것인가. 끝까지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며 사활을 건 법정공방을 벌일 것인가. 행여 다소라도 정상참작이라도 받기 위해 심경의 변화를 일으킨 것은 아닐까. 기영은 여러 가지 가능성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법정으로 향했다.
 

속개된 공판.

― 검사는 피고인 박형기에 대한 공소장 변경과 관련하여 신문해 주십시오.
굿판을 펼치라는 곽 판사의 마지막 북소리.

유지연의 증언으로 역습을 당한 꽹과리는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모양이다. 소리가 요란하다.

김용훈 검사(피고인 박형기에게)

문 : 피고인은 지난 번 공판에서 증인 유지연의 증언을 들었지요?
답 : 예.
문 : 유지연은 피고인과 내연관계에 있다고 했는데, 맞습니까?
답 : 결혼하기로 약속한 사이입니다. 그녀가 왜 변심을 했는지 알 수 없습니다.

문 : 피고인이 체포되기 전 날, 국회의원 정해현을 만난 사실이 있나요?
답 : 없습니다.
문 : 그렇다면 유지연이 거짓말을 한 것인가요?
답 : 그녀가 왜 그런 말을 하는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문 : 피고인이 체포된 날 유지연의 통장에 입금된 10억 원은 누가 보낸 것인가요?
답 : 저는 알지 못합니다.
문 : 돈 10억 원이 입금된 사실을 모른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돈을 보낸 사람을 모른다는 것입니까?
답 : 돈을 보낸 사람을 모른다는 것입니다.

문 : 돈이 입금된 사실을 알면서 그 돈을 보낸 사람을 모른다는 것이 말이 되는 소린가요? 무려 10억 원이나 되는 엄청난 돈입니다.
답 : 그 돈을 누가 보냈는지 정말 모릅니다.
문 : 그 돈을 보낸 사람은 송철준이라는 사람입니다. 피고인은 정말 송철준을 모릅니까?
답 : 처음 들어보는 이름입니다.

문 : 송철준은 국회의원 정해현의 실질적인 후원회장입니다. 그래도 피고인은 송철준을 모른다고 하겠습니까?
답 : 돈이 입금되기 하루 전 날, 정해현 의원의 후원자라는 사람이 전화를 하여 돈을 맡길 차명계좌를 하나 알아봐 줄 수 없겠냐고 부탁을 했습니다. 그래서 사귀고 있는 유지연의 계좌번호를 불러 주었는데, 아마도 그 사람이 송철준인 것 같습니다.

문 : 송철준은 피고인을 어떻게 알고 전화를 하였다고 하던가요?
답 : 4년 전 국회의원 선거 때, 제가 정해현 의원의 선거를 도우면서 자금관리를 맡은 적이 있습니다. 그런 일로 저를 알게 되었다고 했습니다. 은밀한 돈이라 믿고 맡길 수 있는 사람의 계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문 : 피고인은 정해현의 이번 재선거에서도 선거자금관리를 했습니까?
답 : 하지 않았습니다.

문 : 그렇다면 정해현과 피고인은 현재 아무런 관계도 없는데, 피고인이 지정하는 계좌에 거액의 돈을 입금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나요?
답 : 어떻게 알고 연락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믿고 돈을 맡길 수 있는 차명계좌 하나를 알아봐 달라고 하였습니다.

문 : 그렇다면 그 돈은 정해현의 은밀한 정치비자금이라는 말인가요?
답 : 그것은 제가 알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돈의 성격이나 출처에 대하여는 어떤 언질조차 없었습니다. 저도 일부러 물어보지도 않았습니다. 저는 다만 그 사람의 전화를 받고 유지연의 계좌번호를 불러 주었을 뿐입니다.

문 : 피고인은 그 돈이 입금된 바로 그날 미국행 항공기 안에서 체포되었지요?
답 : 예.
문 : 피고인은 무엇 때문에 그날 갑자기 미국으로 가고자 했나요?
답 : 특별한 목적이 없었습니다. 그냥 관광을 위해 가고자 했을 뿐입니다.

문 : 미국관광을 그전에 예약해 두고 있었다는 말인가요? 항공권을 그 전날 예약한 것이 아닙니까?
답 : 예전부터 미국관광을 염두에 두고 있다가 항공권 예약은 그 전날 했습니다.
문 : 피고인이 미국으로 가고자 한 것은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이 발각될 것이 두려워 도주하고자 그 전날 급하게 항공권을 예매한 것이 아니었나요?
답 : 아닙니다.

문 : 유지연의 통장에 돈이 입금된 시간은 당일 12:00시에 5억 원, 한 시간 후인 13:00시에 다시 5억 원이 입금되었습니다. 그리고 피고인이 탄 비행기는 오후 13:30에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따라서 피고인은 돈이 입금되는 것을 확인하는 즉시 미국으로 도주하고자 시도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지 않습니까?
답 : 아닙니다. 그것은 …….

문 : 그것이 무엇입니까?
답 : …….
문 : 피고인이 대답을 못하는 것은 이를 시인하는 것인가요?
답 : 아닙니다. 나는 단지 관광을 위해 미국에 가고자 했습니다.
문 : 피고인이 미국으로 출국하기로 한 시간과 돈이 입금된 시간이 근접한 시점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연의 일치라는 말인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피고인의 말대로 정해현의 후원자라는 사람이 피고인이 지정하는 유지연의 계좌에 10억 원이라는 거액을 입금했습니다. 이 돈은 정해현이 피고인에게 청부살인의 대가로 준 도피자금이지요?
답 :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저는 다만 김준하 소장이 함께 가자고 하여 그 호텔에 갔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문 : 정해현이 아무런 이유도 없이 10억 원이나 되는 거금을 피고인이 지시하는 유지연의 통장에 입금할 리가 없지 않습니까?
답 : 그 돈에 대하여 정말 모릅니다. 단지 유지연의 계좌번호를 불러주었을 뿐입니다.

문 : 피고인의 이 사건 범행을 직접 지시한 사람은 누구였나요? 정해현이었나요? 송철준이었나요?
답 : 아닙니다. 누구로부터 어떤 지시를 받은 적도 없습니다.
문 :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은 일이 없다는 말은 반대로 피고인이 이 사건 범행을 주도했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답 : 아닙니다. 절대로 아닙니다.

문 : 피고인은 김준하와 살인을 미리 공모하고 마린시티호텔에 간 것이 맞지요
답 : 아닙니다. 나는 아무 것도 모르고 김준하 소장을 따라갔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문 : 다시 한 번 묻겠습니다. 피고인이 김준하와 함께 이 사건 범행을 모의하고 실행하기 전에 정해현과는 사전에 어떤 모의를 했나요?
답 : 정해현 의원과는 4년 전에 헤어진 후 그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정말입니다.

문 : 정해현과 김준하 두 사람 사이에서 피고인이 다리를 놓아 김인환 살인 사건을 모의하고 실행했던 것이 아닌가요?
답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문 : 정해현이 김준하의 개인적 복수심을 이용하여 김인환이라는 정적을 제거한 것이 바로 이 사건의 실체입니다. 그리고 그 중간에서 두 사람을 서로 연결하고 있는 사람이 바로 피고인입니다. 아닌가요?
답 : 아닙니다. 저는 전혀 모르는 일입니다.

문 : 정해현과 김준하 두 사람 사이에서 피고인은 어떤 일을 했나요? 그리고 살인현장인 마린시티호텔에 김준하와 함께 가서 어떤 역할을 했나요?
답 : 저는 아무 일도 하지 않았습니다. 누누이 말하지만 우연한 기회에 김준하 소장을 따라 갔다가 이 사건에 연루되었을 뿐입니다. 정말입니다.

― 이상입니다.
 

― 피고인 박형기의 변호인은 반대신문해 주십시오.

강성모 변호사(피고인 박형기에게)

문 : 증인 유지연과 교제를 시작한 이후, 그녀가 어떤 의도적인 목적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접근하였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습니까?
답 : 유지연과 처음 교제를 시작할 당시 그녀는 필요 이상으로 저에게 관심과 호감을 보였습니다. 그 이후로도 항상 저를 감시하고 있는 느낌도 들었고요.

문 : 피고인은 김준하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 증인으로 출석하여 증언하였고, 그때 증인의 증언은 당시 김준하의 유죄를 입증하는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던 것이지요?
답 : 그때 제가 한 증언은 김인환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기 때문에 김준하에게 불리한 증언이었던 것만은 분명합니다.

문 : 피고인은 언제부터 홍익문화연구소의 사무처장으로 근무하였나요?
답 : 약 3년 전부터 입니다.
문 : 피고인이 사무처장으로 임용될 당시 피고인의 생활 형편은 어떠했나요?
답 : 사무처장으로 임용되기 약 1년 전에 있었던 국회의원 선거에서 저는 정해현의 선거운동원으로 일했습니다. 당시 정해현은 당선되면 저를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채용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말을 믿고 다니던 직장까지 그만두었습니다.

문 : 정해현은 당선되고 난 후 약속대로 피고인을 비서관으로 채용했나요?
답 : 아닙니다. 정해현은 당선되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당시 실직상태에서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처지에 있었습니다. 그때 김준하 소장이 사무처장직을 제의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고마운 마음으로 그 제의를 받아들였습니다.

문 : 그러니까 피고인이 홍익문화연구소 사무처장으로 임용된 것은 김준하의 제의가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던 것이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그러나 위와 같이 불리한 증언을 한 전력이 있는 피고인에게 사무처장직을 제의한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았나요? 즉 당시 김준하에게 피고인은 김인환과 마찬가지로 복수의 대상은 될지언정 사무처장이라는 직장까지 마련해 주면서 은혜를 베풀 대상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지요?

답 : 지금 그 말씀을 듣고 보니 정말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에 저는 실직상태로 1년 이상을 보내면서 너무도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었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습니다.

문 : 이 사건 범행이 있었던 날 밤, 김준하가 예고도 없이 피고인의 집으로 찾아왔고, 이때 피고인은 영문도 모른 채 김인환이 투숙하고 있는 마린시티호텔에 따라가게 되었을 뿐이지요?
답 : 그렇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문 : 그리고 범행 현장에서 피고인은 김준하의 지시에 따라 단지 축하박수만 치고 있었을 뿐이지요?
답 : 예, 그렇습니다.
문 : 그런 와중에 김준하가 샴페인병으로 김인환을 가격하였고, 이러한 상황은 피고인이 전혀 상상조차 못했던 것이지요?
답 : 그렇습니다.

문 : 결국 김준하가 피고인을 홍익문화연구소 사무처장에 임용하고, 범행 당일 피고인을 대동하고 범행 현장에 가게 된 것은, 피고인을 사무처장에 임용하기 전부터 김준하가 치밀하게 준비한 범행 계획의 일환이었는데, 불행하게도 피고인은 이러한 김준하의 범행 계획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이지요?

답 : (피고인이 잠시 생각하다가) 그렇습니다. 이제야 모든 것이 분명해 졌습니다. 김준하 소장이 무엇 때문에 제게 홍익문화연구소 사무처장직을 제의했는지, 유지연이 왜 제게 접근했는지, 더욱이 당선 축하인사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는 김준하가 왜 축하인사를 하러 간다고 했는지, 그 자리에 하필이면 왜 나를 데리고 갔는지, 이러한 모든 일은 김준하가 김인환을 살해할 범행 계획을 세워 놓고, 나를 이 계획의 도구로 사용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제야 모든 것을 알겠습니다.

문 : 증인 유지연은 피고인이 성행위를 할 때마다 가혹행위를 일삼은 사디스트라고 했습니다. 그것이 사실인가요?
답 : 저는 사디스트가 아닙니다. 오히려 유지연이 마조히스트입니다. 그녀는 성행위 전에 항상 제게 때려달라고 합니다. 맞아서 아프지 않으면 흥분이 되지 않는다면서 더 세게 더 아프게 때려달라고 합니다. 그녀의 증언은 전부 거짓이고 모함입니다.

― 이상입니다.

― 피고인 김준하의 변호인은 신문하시겠습니까?

위기다. 정말 강성모 변호사의 추리대로 준하가 수년 전부터 범행을 계획하였고, 박형기는 범행 계획의 일부로서 하나의 도구에 불과했을까. 그러나 강성모 변호사의 추리는 일견 정교하지 않는가. 어떤 징소리를 울려야 하나.

박기영(피고인 박형기에게)

문 : 피고인은 대학재학 때 김준하와 함께 홍익문화연구회란 동아리회를 만든 창립 멤버였지요?
답 : 예.
문 : 이 동아리회에서 김준하는 회장이었고, 피고인은 기획부장 겸 총무였지요?
답 : 예.

문 : 이 동아리회가 관련된 김준하의 국가보안법위반 사건에서 증인이 불리한 증언을 한 것은 그 사건의 담당검사였던 김인환이 위증을 강요하였고, 만약 증인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증인 또한 처벌받거나 고문을 당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했던 것이지요?
답 : 예, 당시 상황에서 저는 어쩔 수 없었습니다.

문 : 당시 피고인이 처한 그러한 상황을 김준하도 알고 이해하였지요?
답 : 예,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시 제 입장을 좋게 이해하였는지는 모르겠습니다.
문 : 그 사건이 있은 이후에 김준하가 피고인의 그때 행위에 대하여 섭섭한 감정이나 불만을 나타낸 적이 있었던가요?
답 : 그 이후로 만나지 못했습니다.

문 : 피고인은 대학 때 홍익문화연구회 기획부장 겸 총무로서 일한 경험이 있고, 따라서 같은 취지와 목적으로 설립된 홍익문화연구소 사무처장 직무에 대하여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할 수 있지요?
답 : 예,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문 : 그렇다면 당시 홍익문화연구소 소장이었던 김준하가 피고인의 그런 경험과 지식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사무처장직을 제안하였다고 하여 하등 이상할 것이 없는 것 아닌가요?
답 : 예,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문 : 피고인은 묻는 말에만 대답하세요. 그렇지 않은가요?
답 : 그렇습니다. 그래서 제가 김준하 소장의 제의에 응했던 것입니다.

문 : 피고인은 증인 유지연을 만나기 전까지 두 번이나 이혼하였지요?
답 : 예.
문 : 피고인이 이혼을 하게 된 이유가 모두 증인의 가혹행위 때문이었지요?
답 : 아닙니다.
문 : 피고인과 이혼을 한 전처 두 사람은 모두 피고인의 사디스트적인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도망을 간 것이 아닌가요?
답 : 아닙니다. 이혼을 한 것은 맞지만 그 때문이 아닙니다.

문 : 증인은 정해현 의원의 전보좌관 최경호를 알지요?
답 : 4년 전 선거운동을 할 때는 서로 인사를 하고 지냈습니다.
문 : 피고인은 최경호의 내연녀가 박영애라는 사실도 알지요?
답 : 박영애라는 여자는 저는 지금도 금시초문입니다.
문 : 피고인은 내연녀인 증인 유지연의 통장에 입금된 돈 10억 원 중에서 절반인 5억 원을 박영애라는 여자에게 송금하라고 지시하였지요?
답 : 그런 사실이 없습니다.

문 : 피고인, 이제 그만 자백하고 선처를 구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피고인과 함께 해운대 마린시티호텔에 간 사람은 김준하가 아니라 최경호였지요?
답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최경호는 4년 전 선거가 끝나고 지금까지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문 : 피고인, 해운대 마린시티호텔 804호에서 김인환을 살해한 사람은 바로 피고인과 최경호였지요?
답 : 아닙니다. 저는 김준하 소장을 따라 우연히 거기에 갔을 뿐입니다.

문 : 피고인과 정해현, 그리고 최경호 세 사람이 서로 공모하여 대학 때 김준하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누명을 씌웠지요? 그 때문에 김준하가 대학에서 제적당하고 실형을 언도받고 구금생활을 하게 되었지요?
답 : 그것은 김인환 검사가 시켜 어쩔 수 없이 한 일입니다.

문 : 이 사건 김인환 살인 사건도 마찬가지 아닙니까? 이번 국회의원 선거에서 김인환에게 패배한 정해현이 최경호와 피고인 두 사람을 시켜 김인환을 살해하고, 과거처럼 그 범행을 김인환에게 원한을 가진 김준하에게 덮어씌우고자 사전에 공모한 것이 아닙니까?
답 : 아닙니다. 믿어 주십시오. 절대 아닙니다.

문 : 살인현장인 마린시티호텔 804호에서 피고인과 최경호는 각각 어떤 역할을 했나요?
답 : 최경호와 가지 않았습니다. 김준하 소장을 따라 갔을 뿐이라고 수십 번도 더 말했습니다.
문 : 최경호가 범인이 아니란 말인가요? 살인현장에 가지도 않은 최경호의 머리카락이 피살된 김인환의 목에서 어떻게 발견될 수 있나요?
답 : 그것은 제가 알 수 없습니다.

문 : 피고인과 최경호가 정해현의 사주를 받아 김인환을 살해했기 때문에 정해현은 그 대가로 피고인의 내연녀인 유지연의 통장으로 돈 10억 원을 주었던 것이 아닌가요?
답 : 아닙니다. 나는 살인을 하지 않았습니다.
문 : 그리고 피고인은 이 돈의 절반을 공범인 최경호의 내연녀 박영애의 통장으로 보내 그 대가를 서로 나눠가진 것이 아닌가요?
답 :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 이상입니다.
 

곽 판사(피고인 박형기에게)

문 : 정해현의 후원자가 피고인에게 그 돈을 어떤 용도로 사용하라고 한 적은 없나요?
답 : 없습니다. 단지 보관만 하고 있으라는 의미로 받아들였습니다.
문 : 피고인은 아무 대가도 받지 않고 돈을 보관만 해줄 작정이었나요?
답 : 속으로 얼마간의 푼돈은 받을 수 있겠구나하는 생각은 했습니다.

문 : 과거에 채용약속을 어긴 정해현이 4년이나 지나 후원자를 시켜 피고인에게 돈을 보관하게 한다는 것이 좀 이상하지 않았나요?
답 : 그것은 저도 의문입니다.
문 : 박영애의 통장으로 5억 원이 넘어갔는데, 유지연과 박영애는 서로 아는 사이인가요?
답 : 그것은 제가 모르겠습니다. 저도 유지연이 어떻게 박영애에게 돈을 보냈는지 궁금합니다.

― 이상으로 피고인 박형기에 대한 신문은 모두 마치겠습니다. 피고인 김준하에 대한 검사의 재주신문과 재반대신문은 오후 2시에 속개하겠습니다.

재판부가 퇴정하였다. 기영은 버릇처럼 방청석을 살펴보았다. 기영이 애타게 기다리는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오늘도 오지 않는가. 그녀는 정말 나타나지 않을 것인가.

― 《다음 검색창》에서 『살인 교향곡』을 검색하시면, 지금까지 연재된 모든 연재물(연재 제1회부터 제48회까지)을 보실 수 있습니다.

― 연재 제50회 <거인의 초상>은 2019. 9. 30.(월) 에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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