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 한 권

                                                변 종 환

영광도서 시집코너에서
시집 한 권을 골랐다
잘 알려진 시인의 시집은 제외하고
서울에 있는 출판사
유명 출판사에서 찍은 시집은 제외하고
처음 듣는 무명 시인의
시집 한 권을 골랐다
무슨 선심이라도 쓰듯
호기 있게 천 원짜리 지폐 몇 장으로
시집 한 권을 골랐다
그 순간 시집 한 권의 무게는
한 인간의 생애의 무게가 되어
한 시인의 이름 없는 고통과
이름 없는 슬픔이 되어
내게 다가왔다
오, 무거운 시집 한 권의 무게.

*작가 노트

▲ 변종환 시인

시는 이상향의 꿈을 가꾸는 꽃밭이지요. 현실에 발을 딛고 있으면서 시인의 머리는 언제나 현실 밖의 하늘을 향해 있습니다. 그래서 시인은 언제나 하늘을 보고 걷고 철학자는 땅을 보고 걷는다고 합니다. 시인은 시를 통해서만 꿈을 가꿀 수 있기 때문에 종교와도 같은 마음 해법으로써 위안을 받으면서 자기 성찰과 수도자적 시의 길을 가고 있지요. 그래서 시집 한 권의 무게는 “한 인간의 생애의 무게가 되어” 나에게 다가옵니다. 이제 시와 인연을 맺은 지 50년을 넘겼습니다.

변종환 시인은 현재 부산진구문화예술인협의회 회장이며 전 부산광역시문인협회 회장과 부산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했다. 「부산PEN문학상 대상」 · 「한국예총예술문화상」 등 다수를 수상했다. 시집으로『송천리에서 쓴 편지』외 다수, 산문집으로『餘滴』외 2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