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고리원전 3호기의 원자로 설치가 갖는 의미

우리나라는 지금 20기의 원전을 운영하고 있고, 국내에서만 총 8기의 신규 원전을 동시 건설하고 있다. 이렇게 동시에 8기나 되는 원전을 동시에 건설하는 것은 지난 1978년 고리 1호기 상업운전 이후 30년 원전건설 역사에 한 번도 없었다. 이처럼 대단한 일이 이 땅에서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번에 설치한 신고리 3호기 원자로는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한 대용량의 신형원전(APR1400)에 들어가는 핵심기기로서, 우리나라가 해외에 사상 처음 수출한 UAE원전의 참조모델이기도 하다.

즉, 신고리원전 3,4호기는 우리나라가 국가 선도기술 개발과제로 1992년부터 10여년에 걸쳐 자체 개발한 신형경수로원전으로서 국내에 처음 건설하는 아주 중요한 의미있는 발전소라고 할 수 있다.

신형경수로(APR1400) 개발

원자력 기술의 우위를 확보하고 있던 미국과 프랑스 등 원전 선진국들은 1980년대 말부터 세계 원전시장 참여를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이에 따른 원전의 안전성, 경제성 측면에서 기존 원전보다 우수한 원전 개발을 서두르고 있었다.

당시 미국의 경우 ‘컨버스천 엔지니어링’사가 개량형 원전인 시스템 80플러스(SYS80+) 개발에 나섰으며, ‘웨스팅하우스’사 역시 AP-600 개발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다. 프랑스의 ‘NP’사도 1550MW급의 EPR 개발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는 영광 3.4호기를 통해 기술자립과 한국표준형 원전 건설이라는 사명 아래 복제기술 확보에 매진했고, 아울러 설계기술의 응용으로 한국 표준형원전의 완성을 꿈꾸고 있었다.

이런 가운데 원자력계에서는 10년 이후를 염두에 둔 독자기술 확보를 위한 준비가 선행돼야 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특히 국제적인 신형원전 개발추세와 전력수요 등을 감안, 우리나라도 원전 선진국과 같은 수준의 새로운 대용량 원전개발을 통해 국내보급은 물론, 수출까지 고려한 원전 설계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었다.

이러한 배경으로 1992년 6월, 정부 종합과학심의회에서는 차세대원자로 기술개발사업을 국가선도 기술개발사업(G-7Project)으로 확정, 그 해 12월부터 차세대원자로 기술개발사업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차세대원자로 기술개발사업은 정부·산업계·연구계·학계 등 원자력계의 모든 기관이 참여한 최초의 프로젝트였으며, 하나의 목표를 위해 모든 이해관계자가 힘과 지혜를 모은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마침내 2002년에서야 비로소 우리의 독자기술로 완성한 140만kW급 용량의 신형원전이 탄생하게 됐다. 이 사업에는 10년 동안 연 인원 2,000여 명의 국내 산업계·학계·연구기관의 기술 인력이 참여했으며, 총 2,340여 억원의 연구비가 투입됐다.

2003년 5월에는 특허청 출원을 통해 공식 상표로 등록함으로써 차세대 신형원전의 명칭이 정해졌다. 영문명 <Advanced Power Reactor 1400> (영문 약칭 APR1400, 한글 명칭 신형경수로1400)으로 명명됨으로써 그 탄생의 신기원을 온 세상에 알렸다.

신형경수로(APR1400)의 특징

APR1400은 사고 저항성 및 안전설비 신뢰도를 대폭 향상시켰다. 이상상태 및 비상사고 발생시 원자로가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유를 갖도록 설계했다.

물론 기존의 원자로도 설계여유를 가지고 있지만, 고유 안전성이나 설계 여유보다는 안전장치에 더 의존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APR1400은 열적 여유도 증가와 함께 안전설비의 신뢰성을 대폭 향상시켜 사고 발생확률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도록 했다.

또한 APR1400은 사고완화 및 방사선 방출을 최소화시켰다. 사고방지 뿐만 아니라 사고 발생시 사고 완화 및 관리를 개선시키기 위한 독특한 특성을 갖추고 있다.

기체 및 액체로 방출되는 방사선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설계개념을 채택, 기존의 원자로에서도 다중의 방어개념이 도입돼 방사선의 환경누출이 근본적으로 제한되고 있으나 APR1400은 이를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APR1400은 설계시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추구했다. 원전이 매우 복잡한 설비로 구성된 이유는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각종 설비가 추가되기 때문이다.

안전설비의 추가로 원전의 안전성은 보증할 수 있으나, 경제성은 확보하기 어려워 질 수 있다. 따라서 높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안전설비의 추가 개념보다는 설계방식의 재검토를 통해 설비의 단순화, 표준화, 모듈화 등으로 전기출력을 대폭 증가시키도록 설계했다.

이밖에 미국의 스리마일 원전 및 옛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같은 중대사고에도 대처할 수 있는 설비들을 보완했으며, 설비용량을 100만kW급에서 140만kW급으로 격상하고, 설계수명도 40년에서 60년으로 증가시켜 안전성과 경제성을 제고했다.

뿐만 아니라 기존 원전들은 암반부지에 설치하는 것을 조건으로 적용한 0.2g의 내진설계 기준을 비암반 부지에도 설치할 수 있도록 0.3g으로 상향 설계했다. 이로써 건설 부지에 대한 유연성 확보로 향후 원전의 해외 진출에도 중요한 장점이 될 것이다.

향후 신고리3,4호기 건설

지난 2007년 9월 신고리 3,4호기의 부지정지 공사착수 이후 현재 54% 정도의 사업공정률을 기록, 순조롭게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후 기자재 설치와 단계별 시험 등을 거쳐 오는 2013~14년 9월에 각각 신고리3,4호기가 준공될 예정이다. 신고리 4호기까지 준공되는 2014년에는 국내에 총26기의 원전이 운영돼 국내 총 발전량의 37.4%를 담당하게 된다.

특히 6조4천8백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가는 신고리3,4호기는 2014년 준공까지 연인원 1,000만 명의 근로자가 투입되는 등 고용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국내 건설경기 회복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수원의 지향점

한수원은 ‘친환경 에너지로 삶을 풍요롭게 한다’는 기업이념에 맞춰 그동안 수력 및 원자력발전을 통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를 생산, 공급함으로써 경제발전과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해 왔다. 한수원은 앞으로도 외형적 발전과 더불어 내실을 더욱 다져 원자력발전을 ‘저탄소 녹색성장’ 시대를 이끌 차세대 성장 동력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