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한 생계비

                                   조 승 래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만 근무하고도
무섭게 한 공로로 하루치 일당 받아간 귀신

야밤 격일제 정도만 일하고 생계비
알아서 챙겨간 드라큐라

피와 땀 다 주고도 겨우 풀칠할 만큼 받은
그 일당보다 발걸음이 더 무거운 일용공

그래도 다 먹고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했다가
헛소리라 돌팔매 맞고 출연료 받은 사람

이런 부류 중 하나에도 속할지 모르지만
그저 한 푼만 줍쇼! 살아야겠습니다.

❚작가 노트

문제는 경제라는 현시점에 생계비를 가지고 몇 가지 직업군을 상상해 보았더니 옛날에 할머니 앞 옹기종기 모여서 듣던 도깨비와 귀신이 생각났다. 귀신은 근무시간이 짧다. 밤 12시부터 닭이 첫울음 우는 새벽 4시까지만 근무하고도 사람을 무섭게 한 공로로 하루치 일당 받아 갔다. 드라큐라는 야밤 격일제 정도만 일하고 생계비 알아서 챙겨갔을 것 같다. 설치류가 아니라서 치아를 날마다 갈 필요는 없다.

사람은 어떤가, 피와 땀 다 주고도 겨우 풀칠할 만큼 받은 그 일당보다 발걸음이 더 무거운 일용공이 있고, 그래도 다 먹고 살아가는 세상이라고 했다가 헛소리라 돌팔매 맞고 출연료 받은 사람도 있다. 그 외에도 많은 생계 수단이 있어서 여러 부류 중 하나에도 속하겠지만 그저 한 푼만 줍쇼! 살아야겠습니다, 라고 손을 벌리거나 손이 부르터지도록 일해야만 생계비가 나온다. 아흔이 되어도 현역이 좋다는데 부지런히 움직여야 더 건강해지므로 근로는 신성한 것이 맞다.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 조승래(趙勝來) 시인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 김일태 등 7인 공동 시집 『길 위의 길』 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계간문예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시와시학 문인회,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동인 및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와 서울문학광장 이사로 활동 중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