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있는 화석

                                   조승래

충북 진천에 가면 인도네시아 원시림에서
가져온 15만 년 된 나무 화석이 있다

15만 년을 하루 1,440분으로 환산하면
채 1분도 안 되는 백 년 인생

백 년,
36,500일이 짧은가, 아니다

하루 산다는 하루살이의 하루를
백 년으로 놓고 보면
하루살이의 눈에 사람의 일생은 365만 년
어림잡아 셈해도 화석보다 길다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 했는데
저 나무 화석은
진천에서 살며

침묵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화석 같은 우리들에게 말한다

❚작가 노트

충북 진천에 가면 보랏빛 아카시아꽃이 피는 곳이 있는데 거기서 인도네시아 원시림에서 가져온 15만 년 된 나무 화석을 보았다. 그 화석과 사람을 비교해 보고 싶어서 쓴 시이다.

그 15만 년을 하루인 1,440분으로 나누어 보았더니 1분도 안 된다. 이 1분이 백 년 산다는 인생인데, 백 년은 36,500일이므로 하루 산다는 하루살이의 생애에 비교해 보면, 하루살이의 하루를 백 년으로 놓고 보면 하루살이의 눈에는 사람의 일생이 365만 년, 나무 화석 15만 년보다 길다.

살아서 진천 죽어서 용인이라 했는데, 저 나무 화석은 죽은 채로 진천에서 살고 있다. 그래서 침묵이 얼마나 긴 세월인지 화석 같은 우리도 알아야 할 것 같다.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 조승래 시인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 김일태 등 7인 공동 시집 『길 위의 길』 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계간문예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 등을 수상하였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시와시학 문인회, 시향문학회 회장, 가락문학회, 함안문인회 동인 및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와 서울문학광장 이사로 활동 중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