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를 치르다

                                  박 정 숙

내가 쏟은 정성과 시간에는
급여라는 보상이 있었고
그것으로 먹고 살아왔는데 말이야

유럽을 갔더니
내 몸에 쌓인 찌꺼기를 버리려면
음식물 종량제봉투처럼 돈을 줘야 하는 거야

돈이 있어도
동전이 없으면
사용 불가한 공중화장실이라는

급해도 돌아갈 수 없고
반드시 해결해야만 하는 곳이
곳곳에 널려 있었어

내가 돈을 주면서
가볍게 사는 길을 선택하든 않든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것이야

흥,
언감생심
공짜 좋아 하시랴

❚ 작가 노트

유럽도 미국처럼 공중화장실 사용하려면 동전이 필요하다. 유럽 여행 중에 여러 번 겪었던 불편함이 카드도 안 되는 유료 화장실이다. 이에 비하면 우리나라의 공중화장실은 깨끗하고 불편함이 없다.

더러는 공짜가 있어서 로또 당첨되기 전까지는 대체 위안이 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그 공짜는 상대적이다. 누군가의 희생이거나 고귀한 뜻으로 생긴 것이라서 수혜자는 공짜로 느껴지는 것이다.

❚ 박정숙(朴靜淑) 시인은 …

▲ 박정숙(朴靜淑) 시인

 














 
창원 출생으로 2019년 《영남문학》 겨울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고, 영남문학상(2021), 계간문예작가상(2023)을 수상했다. 영남문학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시향문학회 회원, 계간문예작가회 수석이사로 활동 중이다.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