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존심

                                 박 정 숙

벼랑 틈새에 뿌리를 내린 노송
기울어진 것을 거부할 수 없어 세운 허리

새가 나는 방향으로 잠시 흔들리지만
그건 바람 탓, 하늘 방향으로 곧다

한 치의 땅에 실뿌리 박았을지언정
움켜쥔 발가락 때지 않고
이겨내는 저 옹골찬 마음

❚ 작가 노트

산길을 가다 보면 바위틈에 뿌리를 내리고 생존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나무를 발견할 수 있다. 바위틈에서 나왔을 나무 밑둥지는 지평과 같지만 두 자 거리를 못 가서 바로 하늘 방향으로 줄기부와 가지들이 뻗어 있었다. 거기서 자존심을 보았다. 기울어진 것을 거부할 수 없어 세우는 허리가 그것이다. 한 치의 땅에 실뿌리 박았을지언정 또한 실뿌리로 움켜쥔 발가락 때지 않고 이겨내는 저 옹골찬 마음을 자존심이라 부르고 싶다.

생활 중에 부당함에 항변하고 싶지만 무기력함에 포기하고 자제하며 지나치는 경우가 많이 발생하는데 저런 나무라도 보면서 위안하며 지낸다. 자존심에서 끈기와 당당함을 배운다.

❚ 박정숙(朴靜淑) 시인은 …

▲ 박정숙(朴靜淑) 시인

창원 출생으로 2019년 《영남문학》 겨울호 신인문학상 수상으로 등단했고, 영남문학상(2021), 계간문예작가상(2023)을 수상했다. 영남문학인협회, 한국문인협회, 국제PEN한국본부, 시향문학회 회원, 계간문예작가회 수석이사로 활동 중이다.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