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눈
                                  조 승 래  
 

숨을 쉬든 안 쉬든 뜨고 있든 감고 있든
물상들은 저마다 가진 눈을 서로 보려고
거리를 재면서 다가갔다 물러났다 합니다

가장 푸른 눈을 가진 지구별만큼 아름다운
다른 별을 찾으려고 은하수 안을 샅샅이 뒤지느라
태양은 눈이 붉어졌습니다

물이라도 많아야 만나면 반가워 손잡고 눈물을
흘릴 텐데 메마른 별에서는 이게 어려운 것임을
지구별에서는 잘 알고 있습니다

티끌 같은 이물질에도 눈은 아픈데
이를 막아내고 씻어 낼 수만 있으면
늘 눈을 깜박이며 지내렵니다

깜박깜박
반짝반짝
반딧불이처럼 푸른 불 켜렵니다

❚작가 노트

우주에서 보면 지구만큼 푸르고 아름다운 별이 없다고 한다. 게다가 물도 가득한 별이다. 우주선을 보내어 과학자들이 또 다른 별을 탐사하고 있는데 그중에서 중요한 부분이 물을 가진 별을 찾는 것이다. 물이 없으면 생명은 살 수가 없고 물이 없으면 눈물도 없다. 기뻐도 슬퍼도 마른 눈물만 흘려야 하면 그 눈동자는 얼마나 힘들겠나, 그 마음은 또 어떠할까나.

이 고마운 푸른 지구가 건강해야 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다시 돌아가고 하는 이 지구별, 아무도 떠나지 않는 고향 같은 이 지구별에 부모와 자식이 살고 꽃과 열매와 뿌리가 얽혀 산다.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 조승래 시인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김일태 등 7인 공동 시집 『길 위의 길』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계간문예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을 수상하였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시향문학회, 함안문인회 동인 및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와 文學의 집.서울 이사로 활동 중이다.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