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현 시인 시집 《발표할 수 없는 소설》 출간

시인, 수필가, 문학평론가로 활발한 문단 활동을 하고 있는 장사현 시인이 시집 《발표할 수 없는 소설》을 출간하였다.
 

국제 PEN본부는 1921년에 창립되어 2023년 3월 현재 145개국 154개 센터가 회원으로 가입돼 있는 세계적인 문학단체이다. 한국PEN은 1954년 9월 변영로, 주요섭, 모윤숙 선생 등이 발기하여 그 이듬해인 1955년 6월 정식회원국으로 가입하고, 그해 7월에 인준을 받았고, 현재 회원수는 4,000여 명이다. 이 시집은 국제PEN한국본부 창립70주년기념 시인선으로 출간되었다.

이 시집을 출간한 장사현 시인은 시인, 수필가, 문학평론가, 문예운동가로 활발한 문단 활동을 하고 있고,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PEN한국본부 회원 등 여려 문학단체의 일을 하고 있다.
 

“양반 가문이 몰락하면서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산촌에서 힘겹게 살았습니다. 중학교 문전에도 못 가봤습니다. 그런데 눈물의 알갱이들이 모여 경찰공무원이 되어 20성상 국가가 명하는 대로 일을 했습니다. …(중략)…. 문학에 심취하여 대학 강단에서 강의를 16년간 했습니다. 20년 넘게 문예운동을 하면서 문예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중략)…. 나는 좋은 시 한 편, 좋은 수필 한 편을 못 지으면서 일천 명이 넘는 사람들에게 문학을 가르쳤고, 수백 명 제자 어깨에 별을 달아 주고 있습니다.

이건 소설입니다.
그러나 소설의 형식을 갖추지 못하여 그 이름을 빌릴 수 없기에 발표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흑백활자 속에 보관만 하려 합니다. 발표할 수 없는 소설을.”

이 시집을 내는 장사현 시인의 말이다.

“그의 시는 추운 아랫목에 묻어둔 고봉밥 같다. 화전민의 아들로 태어나, 굶주림의 울음이 행과 연 사이에 산 메아리처럼 들린다. 삶의 아픈 ‘상처 혹은 달빛의 길’이자, 놋그릇처럼 오래된 추억 같다. …(중략)…. 어쩌면 그의 시는, 맨발로 다리 위에 서 있는 흑백사진 속 한 아이의 슬픈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장사현은 《영남문학》이란 등불을 들고 평생 고독하게 문학의 외길 인생을 걸어오고 있다. 온갖 비바람을 맞으며 매서운 눈보라 속을 헤쳐 나왔다. 오로지 문학을 위해, 문학인을 위해 그는 ‘디오게네스의 등불’을 들고 의인을 찾아 헤맸다.”

“작가의 이번 시집 『발표할 수 없는 소설』은, 언어를 통해 자신만의 결 고른 삶의 고단을 직조하였다. 사실의 세계를 지나 진실의 세계 너머에, 그의 시는 닿아 있다. 시인은 대상을 통해 현실을 재구성한다. 현대의 무수한 난해한 시들이 판을 치는 오늘의 시단에, 그의 시는 체험을 소재로 사물을 구체화시키면서 문학적형상화에 이르고 있다. 달빛이 배꽃 가지에 말을 거는 것처럼 아늑하고 정겨운 서정시이다. 그의 시는 행간에 백설기 같은 흰빛이 돈다. 아픈 삶의 상처를 곰삭혀, 읽는 이로 하여금 가슴 뭉클하게 한다.”

이 시집에 대한 김동원 시인, 문학평론가의 서평이다.

이 시집을 내는 시인의 말과 김동원 평론가의 서평처럼 이 시집에는 마치 소설과 같은, 그러나 소설의 형식을 갖추지 못한 파란만장한 시인의 삶이 오래된 흑백사진처럼 투영되어 대하소설처럼 흐르고 있다.

그래서 시인은 이 시집을 발표할 수 없는 소설이라고 한 것일까. 평생 고독하게 문학의 외길 인생을 걸어온 결 고른 시인의 삶에 대한 경외심과 아울러 큰 응원과 힘찬 박수를 보낸다.

한편 이 시집에 실린 시 6편이 서정가곡 6편으로 작곡되었는데, 이 시집의 출판기념회와 더불어 이 창작가곡 발표회도 함께 열린다고 한다.

장사현 시집 출판기념회 및 창작가곡 발표회
일시 : 2023년 9월 2일(토) 오후 3시
장소 : (대구) 그랜드호텔 다이너스티 B홀

이 시집에 실린 시 중에서 장사현 시인의 인생 여정을 짐작해 볼 수 있는 시 「분필」의 전문을 소개한다.

분필

쉰 살이 넘은 나이에
대학 강단에 서서 분필을 잡은 지
16년째가 되었다.

석회처럼 굳은 머리였지만
분필가루가 흐를 때마다
점점의 기억이
평창의 달밤처럼 환하게
피어났다.

중학교 문전에도 못가 봤기에
갇힌 기억이라곤 초등시절
선생님이 쏜 총알 같은
분필 조각뿐인데

수필을 짊어지고 끙끙대었고
시를 안고 울던 불면의 밤들을
칠판에 하얗게 새긴 후
양복 소매에 묻은
분필 가루를 털 때마다
수만 송이 안개꽃으로 피어났다.

총알 같은 시간 속에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분필
분필가루처럼 많은 문하생,
분필가루처럼 많은 언어들이
파랑새가 되어 날고 있다.

● 국제PEN한국본부 창립 70주년기념 시인선 12
시집 『발표할 수 없는 소설』
저자 장사현
기획·제작 국제PEN한국본부
발행처 기획출판오름
136 페이지 / 값 13,000원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