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을 잡아서

                                   조 승 래

얼음 녹아 북극곰은 쓰레기통을 또 뒤지고
비닐 가루 위 속 가득해 굶주려 쓰러지는 생물들
그늘 없는 나무 아래 느려지는 걸음들이 즐비하다

짙은 구름 속 해는 겨우 저물고
깨어나지 못하는 별들 늘어나는
숨쉬기도 힘든 이 공간 저 공간을

무엇이 이렇게 만들었나
간당간당 벼랑에 서 있는데
온전함을 바라는 건 백치의 꿈

이 별을 다시 나의 별이라 하려면
별수 없이 과잉過剩이란 놈 하나만
내가 반백 년만 네가 반백 년만 가두어 보자

옛사람들의 경험에 따라 하는데
그놈이라고 꿇지 않겠느냐

❚작가 노트

이상기온으로 지구촌 어디서나 예전과는 다른 이상한 현상이 발생한다고 모두가 야단이다. 이산화탄소 배출이 많아서 지구의 온도가 상승했고 빙하가 녹아서 해수면이 높아지고 지역별 온도도, 우기 건기도 뒤바뀌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정말 걱정이다. 그렇다고 당장 지구가 멸망하지는 않겠지만 환경파괴는 심각한 것이다.

얼음 위에서 사냥해야 하는 북극곰이 굶주림을 피하려고 인가의 쓰레기통도 뒤지는 장면이 자주 목격되고, 고래나 어류들이 소화를 못 시켜서 사체가 된 위 속에는 소화가 안 되는 각종 비닐이 가득했다. 해양으로 몰린 미세 비닐 가루는 생체에 더 해를 준다. 저 많은 공해로 우리 후손들은 얼마나 고통을 받게 될까 생각하면 많은 책임감이 느껴진다.

지나치게 많이 먹고 많이 소비하여 이를 소화하느라 약물이 필요하고 과소비에 따른 피해 정화를 위해 세정제 등이 더 많이 필요하고 그 공해는 고스란히 남아서 후대로 전해 진다.

과연 답이 없을까 생각해 보니 slow food, slow life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말하자면 ‘조금씩 적당히’ 이다. 그러면 잡아야 할 바로 그놈인 “과잉”이 없어질 것이므로 참으로 어려운 실천이지만, 모두가 한 백 년 동안 과잉을 하지 않도록 노력하면 이 지구도 좀 숨을 돌릴 시간이 있겠지, 옛 선인들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정도를 지나치면 미치지 못한 것과 같음이라,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 조승래 시인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어느 봄바다 활동성 어류에 대한 보고서』,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김일태 등 7인 공동 시집 『길 위의 길』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고, 계간문예문학상(2020), 조지훈 문학상(2021)을 수상하였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시향문학회, 함안문인회 동인 및 계간문예작가회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한국시인협회와 文學의 집 서울 이사로 활동 중이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국내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