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밤 12시

                                  강 자 옥 
 

어둠이 내린 거리
사람들도 뜸 합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수많은 시간들
뭔가가 못다 한 아쉬움에
퇴근 후 습관처럼 컴퓨터 앞에 앉습니다

12시가 넘어가고 왠지 가슴은
푸른 등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며 뛰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그리움에 눈물 고이고
지난 기억들이 메모판에 붙여진
포스트잇처럼 머릿속에 달라붙습니다

꼭꼭 동여맨 마음을 모른 척
한 번쯤 풀어 보는 것도
내 감정의 합리화적일지도 모릅니다
집요하리만큼 송곳으로 어둠을 뚫고
은밀하게 도착한 달빛
흐느끼는 바람 소리와 함께
창가 쪽으로 흘러들고 있습니다

❚ 작가 노트

사전적 의미로 오전은 낮 12시와 밤 12시를 모두 수렴하고 있다. 시작점인 낮 12시와 종점인 밤 12시에 걸쳐있어 어느 것이 기준점인지 모호하다. 밤 12시는 오늘이 최종적으로 만나는 시점이자, 새로운 내일이 시작되는 특별한 시간적 의미를 지닌다. 그래서 ‘낮’과 ‘밤’이란 특별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모양이다.

우리나라는 오전과 오후를 가르는 경계선을 정오, 자정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오후 11시 다음은 ‘오전 12시’, 오전 11시 다음은 ‘오후 12시’로 넘어가게 된다. 정오는 밤 12시부터 낮 12시까지의 시간, 자정은 낮 12시부터 밤 12시 까지를 의미하기 때문에 12시는 오전과 오후의 개념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오전 12시는 밤 12시로 오후 12시는 낮 12시로 부르는 게 혼동 가능성을 낮춘다는 견해를 제시하였다.

자작시 ‘수상한 밤 12시’는 여러 가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나에게 ‘밤 12시’는 지나간 일과 다가올 일을 생각하는 변곡점이기도 하다. 그래서 ‘12시가 넘어가고 왠지 가슴은/ 푸른 등 물고기처럼/ 펄떡거리며 뛰고 있’는 것이다.

오늘도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미세한 그리움에 눈물 고이고/ 지난 기억들이 메모판에 붙여진/ 포스트잇처럼 머릿속에 달라붙’는 것이다.

❚ 강자옥 시인은 …

▲ 강자옥 시인

강자옥 시인은 경남 합천에서 출생하여 부산에서 성장하였다.
2019년 (사)부산광역시문인협회에서 간행하는 월간 《문학도시》 시 부문 신인상을 수상하
면서 문단에 등단하였다.

강 시인은 부산문단에 첫발을 내딛은 이후 문단활동과 봉사활동 등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
고 있다.

현재, 부산진구문화예술인협의회 이사 · (사)한국바다문학회 이사 · 부산광역시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 중이며 『부산진문예』 ‘성지곡의 햇살’ 우수작품상, (사)한국바다문학회 공로상, 부산광역시 부산진구청장 ‘문화예술특별공로상’, 부산광역시문인협회 공로상 등을 수상하였고, 2022년 12월 개인시집 『수신되지 않는 너』를 상재하였다.

現) 예미안피부과 부원장 재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