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홍련阿羅紅蓮

                                 변 종 환 
 

옛 아라가야의 땅 함안
성산산성 어느 자락
아라홍련이라 이름 붙여진
꽃의 여린 숨결을 느껴본다
칠백년간 긴 잠에서 깨어나
만개한 연꽃 송이들의
우아한 자태 위로
스쳐 지나는 바람의 손결이 미덥다
땅속 깊이 어둠과 지열地熱에
몸을 맡긴 많은 세월
썩지 않은 열다섯 씨앗이
오랜 세월의 파문으로 싹을 틔워
선홍색 꽃을 피웠다
흰 비단에 분홍빛 물감 한 방울
떨어진 듯 싱그럽고 엷게 물든
세상 넘어 거듭난 이승의 저 빛
아라홍련이 들려주는 씨앗 이야기는
다시 태어난 고려 전설이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저 꽃
흔들릴수록 아름답다

❚작가 노트

2009년 경남 함안군 성산산성에서 발굴된 고려시대 연(蓮) 씨가 2010년 700여 년 만에 이 땅위에서 꽃을 피움으로써 전국적으로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아라홍련’은 매년 7월 말경 함안박물관에서 개화를 한다.

꽃의 끝은 홍색으로 현대의 연꽃에 비해 길이가 길고 색깔이 엷어 고려시대의 불교 탱화에서 볼 수 있는 연꽃의 형태와 색깔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함안군은 아라홍련을 영구 보존하기 위해 2018년 12월 26일 경북 봉화군의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내 종자 보관·연구시설인 시드볼트(Seed Valut)에 종자 160점을 기탁하였다.

함안군은 역사적으로 융성했던 아라가야의 땅이라는 데서 ‘아라홍련’이라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이 꽃은 매년 오직 함안박물관에 조성된 시재지에서만 볼 수 있다.

❚변종환 시인은…

▲ 변종환 시인

* 1967년 출판사 기획시집 『水平線 너머』(親學社)를 상재하였고, 문예지 『문학시대』 『자유문학』 『문학예술』 『문예연구』 등을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하였다.
* 현) 부산진구문화예술인협의회 회장 · 한국현대문학작가연대 부이사장 ·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 · 부산진문화재단 이사
* 부산광역시문인협회 제16대 회장 · 부산시인협회 제10대 회장 · 한국문인협회 · 국제PEN한국본부 이사, 부산예총 감사 등 역임

* 시집 『우리 어촌계장 박씨』 『풀잎의 잠』 『송천리에서 쓴 편지』 『풀잎의 고요』 『겨울 운주사에서』 등 8권 * 산문집 『餘滴』 『釜山詩文學史』 등 4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