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무릇

                                  정 영 선

새빨간 춤을 추면 외롭지 않을까

무리를 지으면 쓸쓸함 가실까

숲이 깊어 허기가 덧나는 날

푸른 정강이 홀로의 꽃 춤을

웃자란 구월을 뽑아 올려

숲속 어울림 한마당에 부려놓고

관객을 불러 모아

후끈, 화려한 춤사위 들어 올리는

한 무리 꽃무릇

새소리 푸른 문장 톡톡 튀는 숲 그늘

❚작가 노트

뜨겁던 여름도 시들어 가을의 초입에서
여름보다 더 뜨겁게 타는 새빨간 춤사위 한 판 만나다

일 년 내도록 준비하여 군중들 앞에서 발표회를 갖듯
화려한 군무 펼치면
땅속 깊이 알뿌리로 응어리진 외로움이 위무될까

❚정영선 시인은……

▲ 정영선 시인

2008년 <섬진강 연가>로 작품 활동 시작
2016년 <만월 滿月의 여자>로 세종 우수도서 선정
2023년 5월 한국문연, <현대시 기획선 80>으로 시집 <바람이 마두금을 통과할 때> 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