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사장 스토리

                                  오 은 환 

누구를 만나든 파도의 언어는 푸르다
그 사연을 알고 싶은 표정들
바닷가에 머문 사색의 발자국들이
아침 햇살에 반짝인다
엉킨 듯이 서성인 듯이
해변에 흩어진 이야기꽃들
파도 소리보다 깊고 넓게 피어 곱다
부산스러운 안부가 즐겁고
끊임없이 손끝에 피어나는 하트
기다림마저 흔들림마저
뛰어오른 발자국은 진실한 약속이다
자유롭게 놓아주고 싶었던
부끄럽거나 공허한 고백들이
즐거이 슬픔을 딛고 일어선다
끝없이 이어지는 긍정 부호들은
끝이 아닌 시작이다
거듭 포개지고 무너진 발자국들
모래사장 스토리 이 많은 사연은
누구의 고뇌였을까
누구의 희망이었을까

▶ 작가 노트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무엇이든 충만하다. 푸른 파도 소리가 충만하고 반짝이는 빛들이 눈부시게 충만하다. 충만한 어른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있고 말없이 혼자 걷는 사색이 있다. 해변의 모래사장에는 수많은 발자국이 있고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겹겹이 찍힌 발자국들은 분명히 마법 같은 멋진 내일이 오기를 바랐을 것이다. 수많은 발자국들의 기도.

▶ 시인 오은환은……
 

다수의 문학단체회원이며 동시, 수필 작가다. 월간 《문학도시》 편집위원, 《부산시인》 편집위원, 《영호남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부산영호남문학상 작품상, 부산문학상 우수상, 광주영호남문학상 동시 대상, 대통령표창장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사랑+24시간=너』 외 4권의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