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꽃

                                  한 연 순

가끔 욕심을 내고
멈추지 않는 미움으로
나를 망각한 채 까만
그림자에 가려져 있다

어느 순간마다 싸늘한
눈길로 그늘진 마음에
피어나는 먹물로 그린 꽃

때때로 슬픔에 잠겨
대답 없는 언어로
생각 속에서 되살아나는
그림자 같은 꽃 하나

차오르는 분노로
생명은 시들어가고
마음으로만 피고 지는
무형의 소망 하나가

멈추지 않는 고통과
절규로 싸늘해지는 나를
어느새 손잡아주는
한결 핏줄기 같은 꽃이여

❚ 작가 노트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란 말씀이 있듯이 정말 ‘봄이 와도 봄 같지 않은’ 시절이다. 한동안 동시다발적인 산불로 마음을 조아렸고, 정치경제 사회적으로 사방이 뒤숭숭하다. 지난해에는 ‘겨울이 오면 봄이 머잖다’라는 옛 시 구절을 음미하면서 보다 나은 내일을 기다리고 있었는데….

그러나 계절은 어김없이 우리 곁으로 다가왔고 새봄을 맞이하는 형형색색의 꽃들이 우리를 반기며 희망을 노래하고 있는 것만 같다. 모든 사물이 ‘어서 얼굴을 활짝 펴고 힘내라’라고 응원한다.

그렇다 사노라면 좋은 날이 오리라.
이제 자신을 스스로 다스리며 봄이 오는 들판 길을 걸어보리라.

❚ 한연순 시인은…

▲ 한연순 시인

올해는 등단 30년을 맞이하는 할 일 많은 해이다.
시와 수필을 곁들여 문단 생활을 하면서
(사)한국바다문학회 부회장, 부산진구문화예술인협의회 운영위원, 문학 분과 부회장,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 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이사, 유니세프 부산광역시후원회 회장 등을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