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속 가족사진

                                 김 경 희 

엄마 아버지 사촌 언니 외삼촌
우리 집 지킴이 매리도 한자리
그중 가운데 내가 있다
단발머리 예쁘게 엄마 아버지 사이에 웃고 서 있다
꽃밭에 다알리아도 줄 따라 활짝 피었다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하며 언제나 엄마는 내 짝인 양
엄마 옆에 딱 붙어서 있다
어느 해 갑자기 쓰러진 아버지도
뒤따라 소천하신 엄마도
사진 속에서는 내 손을 꼭 잡고 있다

이제
그 속에서 웃고 있던 가족들 모두 떠났다
만 가지 꽃밭으로 골목 안 자랑이던
우리 집 정원도 어디론가 가버렸다
굳은 바람에 흔들리는 계절이
몇 번이나 쓰러지고 새로운 강물이 흘렀어도
안개꽃으로 채워진 마음 잠들지 못하는 긴 밤에
망각 저편에서 내 기억 빗장 열어
다시 오지 않을 사진 속 순간들을
잘린 바람 속에서 펴 말리니 아프고 시리다

❚ 작가노트

공연히 오지 않을 사람을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을 볼 때가 있다.

왜 그랬을까?
기다림은 하느님께서 세상을 변화시키시는 가장 놀라운 방식이라고 했다.
막연한 기다림은 절망이나 권태로 귀결되지만,
약속에 근거한 기다림은 활기찬 삶을 낳는다.
나는 특별한 시기에 기다림을 집중적으로 성찰해본다.
이제 기다림에 관한 생각은 나의 일상생활이 되었다.

기다림과 더불어 떠오르는 생각은
오랜 기다림의 연속에서 사라져간 모든 것들이다.
사람도 그렇고 이 땅 위의 삼라만상의 모습들도 그렇다.
어느 날 문득 내 기억에서 사라져간 크고 작은 일들과 사물들….

다시 오지 않을 사진 속 순간들
잘린 바람 속에서 펴 말리니 아프고 시리다.

기억 속 가족사진이여!

❚김경희 시인은...

▲ 김경희 시인

·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성장하였다.
· 동의대 겸임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성악가, 음악 교육학 박사
· 부산광역시문인협회 부회장, 자립계획특별위원장을 역임하였고,
· 현재 시사위문화예술회 회장, 국제펜 한국본부 부산지역위원회 부회장,
부산여류시인협회 부회장, (사)한국바다문학회 부회장, (사)한국꽃꽂이협회 부산지역연합회 회장.
· (주)Ocean Jade Shipping 대표이사 재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