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겐세일

                                  설 현 숙 

붉은 썰물이 밀려와
거리를 채우고
도시를 무장 해제시켰다

몇 번 쓰나미를 거치는 사이
헐값 속 제대로 날아보지 못한
비둘기들 쓰러져 아우성 넘쳐난다

박제되어
날지 못하고 그림자조차 잃어버려
가슴 깊이 중독증을 앓는 공원
길고 추운 겨울 늪 속을
시린 발은 더듬거린다

통로는 길었다
신상도 이월상품도 아닌
할인 파도를 탄지 오래된.

❚ 작가 노트

오랜 불경기와 경제침체로 인해 할인, 바겐세일이란 단어는 언제부턴가 우리와 늘 함께 생활하는 일상어가 되었다. 어느 곳을 가도 할인과 바겐세일이 쓰나미처럼 넘쳐나고 있는 세상 속에 파묻혀 있다고 하겠다.

도무지 불경기와 침체를 벗어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이젠 우리의 일부가 되어버린 현실이 안타깝고 슬프기만 하다.

언제쯤 이런 현실을 벗어나 그늘진 곳에 사는 이웃들과 서민들의 굽은 삶이 허리가 쭉 펴지고 밝은 웃음 지으며 살날이 올는지 마음 한쪽 구석에 자리한 희망이란 글자에 대한 기대를 오늘도 저버리지 못하고 살아가는 마음을 적어본다.

❚설현숙 시인은……

▲ 설현숙 시인

부산광역시 구포에서 출생하였으며,
2013년 부산광역시문인협회 월간 《문학도시》 시부문 신인상으로 등단.
2018년∼2019년 부산시인협회, 새부산시인협회 이사 역임
2019년∼2023년 부산광역시문인협회 이사
2007년 전국주민자치센타박람회대회, 2008년 전국평생학습축제 시극 대상
2008년 아침의문학 전국시낭송대회 최우수상
2019년 부산예총연합회장상 수상
2022년 부산진문화원 공연예술상
2013년∼2022년 『낙동강문학』 『문학도시』 『부산시단』 『대구신문』 등에 창작시를 게재해 오고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