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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승래 시인 여덟 번째 시집 《적막이 오는 순서》 출간
김영미안  |  anteaj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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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23.03.17  21: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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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승래 시인 여덟 번째 시집 《적막이 오는 순서》 출간
― 틈새로 바라보는 따뜻한 인간애의 바다

한국문단의 중견시인으로 우뚝 자리매김한 조승래 시인이 여덟 번째 시집 《적막이 오는 순서》를 새로 펴냈다. 

   
 

조승래 시인은 이 시집에 대하여 ‘이번 시집은 코로나 팬데믹 시작 몇 달 전부터 금년 여름까지 약 3년간 각종 문예지와 동인지에 발표한 것을 모아서 내는 여덟 번째 시집인데, 출가시킨 자식들 불러 모아 한집에서 살도록 해주고 싶은 소망은 실현 못하지만, 시를 시집 한 권 안에 입주시키니 제법 우애가 있는 새 가족이 탄생하였다.’라고 소감을 밝힌다.

이 시집에 대하여 이동순 시인(영남대 명예교수)은 ‘아름다운 틈새, 위대한 틈새를 늘 발견하고 그것을 포착해서 시작품으로 승화시키고 새롭게 정리하는 조승래 시인의 작업을 우리는 <틈새의 시학>이라 일컫는다.’라고 평한다.

먼저 이 <틈새의 시학>이 잘 드러나 있는 이 시집의 제목이기도 한 「적막이 오는 순서」를 본다.

여름 내내 방충망에 붙어 울던 매미, 어느 날 도막난 소리를 끝으로 조용해 졌다 잘 가거라, 불편했던 동거여 본래 공존이란 없었던 것 매미 그렇게 떠나시고 누가 걸어 놓은 것일까 적멸에 든 서쪽 하늘, 말랑한 구름 한 덩이 떠 있다
― 이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시 「적막이 오는 순서」(전문)

이런 틈새의 시학은 이 시집에 실린 시 「해빙기」(한강의 주름마다 얼음이 들어서고 있었다 (중략) / 얼음이 피해 갈 수밖에 없는 곳이 존재했다), 「묵찌빠」(아, 그래도 하늘과 땅 그 틈새의 사람은 / 저마다 특기 하나씩은 가졌다), 「저물거나 밝았다」(내 생각도 그 경계 틈새에서 / 저물거나 밝았다) 등 곳곳에서 보인다.

시인이 바라보는 이러한 틈새에 대하여 이동순 시인은 <틈새에 대한 슬프고 처연한 시적 통찰>이라고 평한다.

한편 조승래 시인의 이번 시집에 대하여 유재영 시인은 ‘조승래 시학의 바탕은 두 가지 관점에서 이야기 할 수 있다. 하나는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대해 매우 적극적으로 반응한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복고적 소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다.’라고 하며, ‘우리에게 시는 개인적 아포리즘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뜻깊은 기회가 될 것이다.’라고 평하고 있다. 

   
 

조승래 시인은 단순한 취미활동이나 건강을 위한 운동 차원을 넘어선 <대한검도회> 공인 4단(영무검도관)의 검도 무예인이기도 하다. 오랫동안 검도를 연마한 수련과 참선 수양이 바탕이 된 것일까, 유재영 시인의 평설처럼 시인은 달빛을 베는 것처럼(月光斬) 예리하게 우리 사회의 부조리에 반응하다가도 불쑥 깨달음의 화두를 던지기도 한다.

시인의 이러한 면모를 볼 수 있는 시 「연꽃」을 소개한다. 

   
 

슬프고
괴롭고
어두워도

법구경 만한
하늘 한 장
열어 놓고

할!

세상에서
가장 큰 소리
물 밖으로
내걸었다

― 이 시집에 수록된 시인의 시 「연꽃」 전문

그러나 조승래 시인이 가진 진정한 장점은 무엇보다도 이 시집에 수록된 거의 모든 시가 품고 있는 따뜻한 인간애라고 해야겠다.

‘아직 요양병원에서 가족과 떨어져 계시는 분 생각하면 가슴이 저려온다. 그분이 이 시집을 읽으실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 좋은 봄이 왔는데.’ 이 시집을 내는 시인의 말 마지막에 언급된 소회이다. 시인은 이 시집을 내고도 그분에게 바칠 수 없는 안타까움을 따뜻한 인간애로 감싸고 있다.

이로써 알 수 있듯이 시인이 바라보는 작은 틈새의 시학은 모두 따뜻한 인간애를 바탕으로 한다. 총 5부로 구성된 이 시집에 수록된 69편의 시 모두가 이러한 따뜻한 인간애의 바다로 흘러들고 있다.

그리고 이 바다는 시간과 공간이 전 지구적으로 확대되고(「원을 깨면 피냄새가 난다」 / 굶주린 표범들이 원을 깨고 직선으로 달려간다. 둥근 지구의 끝까지 피 냄새 그리운 곳까지), 더 멀리 까마득한 우주의 바다로 흘러넘친다.(「그림자놀이」 / 사람들이 일식처럼 그림자놀이를 해요.)

조승래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과거 한국타이어(주) 상무이사로 재직하면서 이미 수필집 《풍경》을 출간했고, 이 수필집을 본 은사이신 공영해 시인의 권유로 2010년 <시와 시학>으로 등단하였다. 그리고 시인의 프로필에서 알 수 있는 것처럼, 현재 한국문인협회 이사, 한국시인협회 이사 등 문단의 여러 중책을 맡아 누구보다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고, <조지훈 문학상>(2021년) 등을 수상하였다. 

   
 

그리고 최근에는 태남계열 조택래 회장의 후원을 받아 《시향문학상》을 제정하기도 했는데, 이는 시인들의 자긍심을 고양하고 복지를 위해 애쓰는 시인의 공익활동이 거둔 큰 성과라 하겠다.

이 시집에 실린 시 중 시인의 따뜻한 인간애가 돋보이는 시 「반성」을 소개하며 글을 맺는다.


누가 그러대
나는 좀 더 반성하며 살아야 한다고

참을 수 있는 데까지 참다보면 더 못 참을 것도 없다고

누가 그러대
살다보니 곁에 있는 많은 일들이 과분한 행운이라고

그 사람들 곁에 내가 머물 수 있음이 축복 아니냐고

서로 잡은 손에 36.5도가 유지됨이 최고의 행복이라고

누가 그러대
누가 그러대
절대 누가 되지는 말라고

― 이 시집에 실린 시 「반성」 전문

《적막이 오는 순서》
지은이 조승래 / 펴낸이 유재영, 유정융
펴낸곳 주식회사 동학사 / 117 페이지
정가 12,000원

❚기사 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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