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밥 시절

                                    오 은 환 

창밖에는
바다 끝 수평선이
붉은 태양을 밀어 올린다
절망을 이겨낸 떠오름은 녹슬은 희망

창안에는
등 굽어 굳은 정적이 깨어나
온기 없는 밥알을 오래도록 씹는다
결별처럼 흩어진 밥알 곁에
국물은 싸늘하게 외로운데
실종된 온기 서둘러 돌아올까

창가에는
지나간 것들이 아른아른
차가운 등불이 흔들리니
외로움보다 담담한 밤은 시리다

창밖에는
아침 이슬에 젖은 상큼한 새날
소식 없는 까치 울음은 공허다

▶작가 노트

▲ 오은환 시인

남모르게 외로움의 옷을 두르고 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참으로 많다. 가족이면서도 타인과 타인으로 사는 마음이 홀로인 사람들이 있다. 함께 보다는 혼자가 편한 세상이다. 혼자 끼니를 때우는 혼밥이라는 말이 생긴 지 꽤 되었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1인 가구인들이 있고 공동체의 불합리를 원하지 않는 사회가 된 것이다. 배려보다는 자신이 우선인 우리들의 인식이 걱정스럽기도 하다. 혼밥의 목메임처럼.

▶ 오은환 시인은 ……

다수의 문학단체회원이며 동시, 수필 작가다. 월간 《문학도시》 편집위원, 《부산시인》 편집위원, 《영호남문학》 편집위원으로 활동중이다. 부산영호남문학상 작품상, 부산문학상 우수상, 광주영호남문학상 동시 대상, 대통령표창장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 『사랑+24시간=너』 외 4권의 시집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