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재나무 미인대회

                                    문희숙

전족을 한 여자들 화분위에 앉았다
굽 높은 구두 신고 잔도에서 부은 발
꼿꼿이 생의 모반을 마주하고 있었다

영하의 하늘 아래 새파란 눈 뿌리고
단단한 쇠줄에 고인 한 뼘 흙 속에는
어두운 생채기들이 먼 길을 바라본다

피사에선 사탑이 하루만큼 기울고
꽃핀 적벽 앞에는 꼬부라진 감옥들
정원의 미학을 위해 그물 속에 묶였다

▲ 작가노트 

▲ 문희숙 시인

 힘의 논리가 상당히 통하는 사회에서는 힘이 곧 원칙이자 일반적 상식이 된다 이는 자연에도 적용되어서 일부의 원사들은 식물을 두고 사람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해 트릭을 부린다 밤새 나무에 불을 켜두기나 나무의 성장을 억지로 막고 성장 흐름을 꺾어 비틀어 장애식물로 만들고는 관상용으로 두거나 매매한다 자연에 대한 생각을 해본다 본연대로 두기, 우린 자연이 만든 것 보다 더 훌륭하게 생명을 창조할 수 없다 식물이든 동물이든 인간의 손이 덜 갔으면 한다 인간의 손에는 독이 묻은 것 같다 자연대로 좀 그냥 두면 좋겠다. 

▲ 문희숙 시인은 …

밀양시 삼랑진 출생, 국립 창원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1996년 《중앙일보》 지상백일장 등단 저서 『짧은 밤 이야기』, 『둥근 그림자의 춤』, 외 연구서「백수 정완영 연구」
오늘의 시조회의 젊은 시인상, 통영 김상옥 문학상, 열린 시학상, 시조시학상 등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