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여자

                                   박 미 정

▲ 사진작가 최인숙

나를 위해
기다리며 보낸 시간의 탈색이
여유로 돌아왔다

때로는 지치고 흔들려서
이미 사라졌지 싶은 것들이
살아서
내 앞에 느긋하다

삶에 대한 새로운 방정식을 풀지 않았다
수학은 늘 지긋지긋했으니까

별똥별이 되어 사라진 지 오래인 것들을 위한
소환의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다만 시간의 관객으로 살지 않으려고
시간과 줄다리기를 했을 뿐이다
내 안의 여자. 그 여자가

* 작가 노트

▲ 박미정 시인

여유의 공간에 그 여자를 초대한다.
삶의 고통을 쉽게 수락하지 않았던 여자의 표정이 의외로 느긋하다.
가장 낮은 곳으로 떨어진 별똥별의 슬픔도 말하지 않는다.
시간과의 줄다리기에서 유연해지기를 기다리는
나는, 아직 그 여자의 욕망에 관대하다. 내 안의 그 여자에게.

박미정은 시인‧수필가‧소설가‧평론가이다. 2007년 <여성문학상> 대상, 2011년 <부산문학상> 대상, 2014년 <한국해양문학상>최우수상, 2021년 부산시인협회 본상 수상 등을 수상하였다. 시집으로『소년의 휘파람』외 8권, 수필집『해무를 벗기다』, 저서『한국 현대 해양시 연구』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