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정일 소방교 / 항만소방서

 출동 벨이 울리고 소방차량에 탑승하는 순간 소방관들은 5분 내에 현장에 도착하기 위해 쉼 없이 달리지만 출동 후 마주하게 되는 꽉 막힌 도로와 양보 없는 차량은 소방관들의 가슴도 답답하게 한다.

 화재 등 각종 재난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대응이다. 화재 발생 시 초기 5분의 중요성에 비추어 볼 때, 초동조치를 하지 못하면 재산 피해는 말할 것도 없으려니와 자칫 인명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얼마나 현장에 도착해 신속하게 초기대응을 하는지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소방차가 화재현장에 빨리 도착해야 인명과 재산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현실은 주택가나 아파트, 시장 등 어느 곳을 막론하고 무질서한 주ㆍ정차 차들로 인해 소방차의 긴급한 출동이 늦어지고 초기진화 시기를 놓쳐 소방대원을 곤란하게 하는 경우가 빈번하다.

 소방출동로는 단순히 소방차가 지나가는 길이 아니라 생명을 살리는 길이다. 소방출동로가 막혀 화재현장에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면 호스 등을 더 길게 펴야 하고 그만큼 시간이 지체돼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커져 개인적 손실뿐만 아니라 사회적 손실 또한 커진다.

 우리 집 또는 이웃집에 화재가 발생했을 때 무질서한 주ㆍ정차 차량 때문에 소방차가 제때 화재현장으로 가지 못했을 경우 그 엄청난 재산과 인명 피해는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일이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르는 화재 등에 최소한의 소방출동로 확보를 위해 수고로움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각종 재해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소방출동로 확보’ 뿐만 아니라 긴급차량을 위한 ‘소방차 길 터주기’ 는 다소 불편이 따르지만 우리 가족과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작은 배려이자 우리 모두가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참여방법임을 인식하고 많은 시민이 동참해 주길 바란다.

글 / 항만소방서 소방교 박정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