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 샹그릴라

                                   문 희 숙

새들은 드높은 바람 속에 집을 짓고
나는 노을너머 두고 온 집으로 간다
저녁을 피워 올리며 네가 날 기다리는 곳

등짝에 우물 메고 그 우물 비우면서
호랑이 산곡 지나 나를 넘어야 닿는 곳
사랑은 주소 없이도 영원히 갈 집이다

▲ 작가 노트

문희숙 시인

자유로운 존재란 영혼의 집마저 지고한 궁극의 경지에 닿아 있으리라. 그러나 나는 이 지상에서 나만큼의 세상살이를 하고 있으므로 나만큼의 집으로 들게 되리라. 내가 찾고 끊임없이 가고 있는 집이란 영혼이 쉬는 곳이며 평화롭고 안전한 곳이다. 내 삶이 완결되면 닿을지도 모를 그곳은 그리움이 넘치는 집이기도 하다.

먼저 길을 떠난 부모 형제들, 그리고 천사 강아지 딘키가 저녁이면 환하게 등불을 올리고 뒤에 오는 이들을 기다리는 집……. 그곳에 들기 까지 나는 때때로 삶의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자가 검열을 해본다. 돌이켜 확인하는 일이란 안타깝고 짐짝스럽기도 하지만 심연을 들여다보는 일은 내 자존을 바로 세우는 필요이

다. 그렇다. ‘해와 달’의 민화처럼 고통의 골짜기에서 우릴 기다리는 위험하고 피하고 싶은 호랑이라는 삶의 부조리는 늘 있게 마련이다. 그렇지만 인간은 그를 뛰어넘으려 공부하고 성장하고 가진 전력을 다 한다.

‘호도협’이라는 좁고 깊은 협곡을 지나 이상향이라는 샹그릴라로 가던 어느 날, 나는 또 얼마나 더 남아 있는 삶의 호랑이를 만나야하는지, 남은 삶을 위해 지불할 무엇을 가졌을지 들여다보았다. 마음이 아는 집, 주소 없이도 닿을 수 있는 ‘사랑의 집’으로 들기 위하여 내 앞의 생에는 깊은 협곡과 산이 몇 겹이나 구비치고 있을까 생각해본다.

▲문희숙 시인은……

1996년 《중앙일보》지상백일장 연말장원 등단
제1회 오늘의 시조, 젊은 시조시학상 수상
2017년, 초정 김상옥문학상 수상
시집 『짧은 밤 이야기』, 『둥근 그림자의 춤』
연구서 〈정완영 연구〉
국립창원대학교 국문과 및 동대학원 석사 졸업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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