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餘韻 

                                                  조 승 래

▲ 부다페스트 다뉴브강 전경

태어나자마자 신겨주던 그것 말고
떠날 때 신겨주던 그것 말고
신던 신발 남긴 유품도 아닌데

총알 자국 난 철모 같이 방치되어 있는
다뉴브강 줄기로 향한 신발 조각품들
관광객들은 어린이 신발 앞에 눈이 붉도록 오래 서 있네

직접 울음, 대신 울음, 덩달아 울음
어느 것이 더 진한지 알 수 없으나 유람선을 삼킨
안타까움에 구비마다 멈추다 흐르는 강물이
영혼 어찌 위로할까

갈 수 없는 나무는 제자리 뿌리내려 삶을 찾고
단벌 신발차림의 뭇 생명들은 먹이 찾아 다 떠나는데
아직 갈 데도 없는 저 신발들은 이미
뿌리 심었으리라 단정하고
긴 영화 한 편 본 듯이 저린 발 이끌며
나는 슬그머니 녹슨 길을 빠져 나가네

* 작가 노트

다뉴브강은 독일에서 출발하여 300여개의 지류를 안고 흑해로 빠져나가는 긴 강이다. 헝가리 부다페스트를 가로질러 가면서 강가의 아름다운 성들을 잠재우고 깨우고 한다.

▲ 마차쉬 성당

우리나라 여행객들을 태운 유람선이 사고를 당하여 아까운 목숨을 잃은 곳이기도 하지만 마차쉬 성당 옆에서 강을 먼데까지 거슬러 내려다보면 참 아름답다.

국회의사당 앞 강둑에 신발 조각품들이 수십 켤레 전시되어 있고 신발을 벗어둔 사람 모두가 강으로 뛰어든 모습 같아서 비오는 날에는 더 애잔하다.

뿌리내린 나무처럼 떠나지도 못하고, 갈 길 창창해야 할 어린이의 신발 앞에서는 눈이 따가워서 슬며시 자리를 떠난다. 아직 나는 떠날 수가 있다.

▲ 조승래 시인은 …… 

 

▲ 조승래 시인

조승래(趙勝來) 시인은 경남 함안 출생으로 2010년 『시와시학』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몽고조랑말』, 『내생의 워낭소리』, 『타지 않는 점』, 『하오의 숲』, 『칭다오 잔교 위』, 『뼈가 눕다』, 임재도 시인과 공동시집 『공감 여행』 등을 펴냈다. 『칭다오 잔교 위』는 2015년 세종도서 문학 나눔에 선정되었다.
한국타이어 상무이사, 단국대학교 상경대학 겸임교수(경영학박사)를 했고, 한국시인협회 이사, 가락문학회, 시와시학회, 포에지창원, 함안문인회 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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