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문 밖에는
― 모래등에서 

                                                  문 희 숙
 

그 모래 언덕 위엔
길을 멈춘 수레가 있다
침묵의 심장을 두드리는 햇빛만이
메마른 나무 바퀴에
붉은 귀로
앉았다

기억이 재가 되어
바람에 흩어져도
홰를 치는 낮닭처럼
백일홍 꽃만 피고
뒷문 밖
낭하를 깁는
슬픈 거미 한 마리

▲ 작가노트

▲ 문희숙 시인

사막을 배회한 적이 있습니다
사하라, 이집트, 이란, 중앙아시아 그리고 고비 사막들입니다
사막산은 바람이 불면 울기도 하고 변하기도 합니다
어느 날 그런 멀리 오아시스가 보이는 고비의 모래등에, 누군가
끌다 버리고 간 빈 수레가 있었습니다

텅 빈 사방에 햇빛만이 팽팽한 침묵 속에 잠겨있었습니다
두고 온 모든 기억이 지워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낮닭의 비명처럼
황망하고 또렷해지는 건 초췌하게 지고 있는 꽃의 생애와 저기 빈 수레가 나
자신과 교차 대비가 되었습니다

사막이라든지 뒷문 같은 후미진 곳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사람과의 관계와 틀 속에서 다친 데를 가만히 수습해가는, 참 거미처럼 연약한 자신을 보고 또 보고 있었습니다

▲문희숙 시인은 ……

1996년 중앙일보 지상백일장 연말 장원으로 등단했으며, 시조시집 『짧은 밤 이야기』(2016년)와 『둥근 그림자의 춤』(2017년)를 펴냈다. 오늘의 시조시학상, 초정 문학상, 김상옥시조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 기사제공 //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시인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문학의 대중화를 위한 공익지면입니다. 등단시인이라면 누구라도 이 지면을 이용하여 작품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 작품 보내실 곳 / jdfree0863@hanmail. net // 주소, 전화번호 기재 요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