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늪

                                                  오 은 환
 

맑은 봄 하늘이 눅눅하다
희망이건 절망이건 상관없이
양지바른 둔덕에는 평화스레
파릇한 새싹이 짙은 쑥향기를 뿌리는데
포근한 봄은 암울한 늪에 빠져 허우적댄다
바이러스에 무너진 일상이 너무 아프고
잡힌 발목은 추스르기 힘겹게 시큰거린다
마스크를 쓴 얼굴 없는 봄
봄이 줄서기하다 쓰러진 세상
밤하늘의 둥근 달빛 말없이 운다
피를 토하는 동백꽃이 외친다
봄이다 봄, 봄이야
무심한 듯이 피고 진 잃어버린 봄
목련꽃 잎이 뚝뚝 서럽게 진다
무섭게 잔인한 봄이 봄에 갇혔다
소중한 일상을 찾아 길을 나선다

▶작가노트 

▲ 오은환 시인

정적이 흐르는 한낮의 광복로는 고요함을 지나 쓸쓸함을 지나 무섭다는 생각에 잠기게 한다. 코로나19가 일상을 무너져 내리게 했고 사회적 거리 두기라는 생소한 단어가 발목을 잡는다. 마스크가 줄을 세우고 마스크가 표정을 지우고 마스크가 말하기를 막아 숨쉬기 힘들다. 그렇지 않아도 이웃과 사회의 무표정이 가끔은 걱정이 되기도 했었는데 요즘의 일상이 고착되면 어쩌나…….
어서 활짝 핀 봄꽃들처럼 웃을 수 있기를 바란다.
사소했던 일상이 이렇게 소중하다니!

▶ 오은환 시인은 ……

2015년 문예시대 등단.
2016년 시선 등단.
2019년 아동문학등단(동시)
영호남문학상 작품상, 봉사상 수상
시집『꽃잎을 숨기고』, 『어디쯤에서 뛰어내렸을까』, 『보이지 않는 열쇠』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