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희 수의사

몇 년 사이에 고양이를 기르는 인구가 폭발적으로 많아졌다. '고양이 집사'라는 말은 이제 누가 들어도 어색하지 않은 단어가 되었다. 그것은 매체의 영향이기도 하고 우리 사회의 변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요즘의 가족형태를 보면 1~ 2인 가구가 4인 가구 수를 넘어섰다고 한다. 그들은 항상 시간에 쫒기고 업무에 시달린다. 일과를 마치고 집에 돌아왔을 때 외로움을 달래주고 교감할 동물로 고양이가 적절했을 것이다.

그것은 고양이과 동물들의 습성을 이해해보면 더욱 맞아 떨어진다. 그들은 야행성이며 독립적이고 본능에 의해 배변을 처리하며 항상 청결하게 몸단장을 한다. 이 얼마나 이상적인 모습인가…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여 동물병원을 새로 개설하거나 기존 병원들이 리모델링을 하며 내세우는것이 있는데, Cat Friendly Clinic(고양이 친화 동물병원인증) 줄여서 CFC라는 것이다. 말그대로 고양이에게 친근하게 접근하기 위한 노력 이라고 생각하면 될것이다.

이 인증제도는 미국와 유럽 쪽의 협회에서 인증하는 것인데 동물병원 구조를 고양이에게 친화적으로 만들어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줄여보려고 하는 것이다. 고양이의 특성상 주위 환경에 상당히 과민해 지는 경향이 있다보니 이런 인증제도가 생겼다고 볼수있다.

집에서는 천사처럼 얌전한 아이들이 병원에서 한마리 야수로 변하는 것을 겪은 보호자들은 한 두번의 병원 방문 이후에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는 것이 아주 힘들게 되고 병원자체의 방문을 꺼리게 된다.

병원 방문 자체가 힘들어지니 병이 생겨도 오랫동안 집에서 해결을 하다 질환이 커지게 되고 결국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오게 되는 경우가 많게 된다. 그리고 스트레스를 받은 동물은 짧은 시간에도 검사상의 변화를 주어 혈액검사 수치나 엑스레이등의 영상검사 에서도 진단에 오류가 일어날 수 있다.

동물병원의 수의사와 간호사는 치료를 위해 어쩔수 없이 약물을 이용하거나
제압으로 고양이를 다룰 수 밖에 없는 일이 종종 벌어지게 된다. 이렇게 되면 치료 받으러 온 고양이도, 동물병원 스텝도, 다치게 되는 불상사가 발생하거나 심한경우 진료 자체를 포기해야 되는 경우도 있다.

몇 년전 본인의 동물병원과 서울의 2차 병원을 교차로 다니던 고양이가 있었는데 상태가 위중하여 2차 병원으로 가길 권해드렸다. 하지만 며칠 후 보호자가 그동안 감사했다며 방문을 하셨는데 2차 동물병원에서 검사를 진행하기도 전에 쇼크로 폐사하였다는 것이다.

가뜩이나 몸이 좋지 않은 상태였고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는 진료를 해나갈 수 없는 상태 였는데 스텝 4명이 아이를 잡고 영상 촬영을 하다 돌연사를 하였다는 것이다. 직접 겪은 일이 아니어도 간간히 스트레스로 인해 진료 중에 폐사하는 고양이 이야기를 들을 수가 있는데 고양이게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라 다른 반려동물들에게도 동일하게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개의 경우에는 노령견의 경우 심장문제나 혈압문제가 있는 경우도 이런일이 종종 발생하게 된다. 특수동물의 경우 특히나 고슴도치는 경계심으로 인해 몸을 말고 가시를 세워 진료를 진행하기 어렵게 되어버린다. 이러한 것들을 최소화 하기 위해서 동물병원에서 많은 방법을 강구하는 중이다.

CFC인증도 그런 배려 중에 하나라고 하겠다. 완전한 스트레스 제로의 상태는 만들기 힘들겠지만 동물병원에서 고양이들이 좋아할만한 환경을 제공하여 고양이들에게 거부감이 덜 들게 하려는 노력이다.

다른 인증제도는 현재 없는 상태이나 동물병원마다 고양이가 아니더라도 개나 특수동물에 맞춘 진료환경이나 도구들을 이용하는 병원들이 있다. 실제로 고양이 친화동물병원으로 등록된 동물병원을 방문해 보면 독립된 진료공간과 고양이 전용 대기실 등이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고양이 친화동물병원으로 등록이 된지 1년 이상이 지난 곳을 방문해 보아도 이쁘게 만들어 놓은 캣폴이나 캣타워 등이 사용된 흔적 없이 그대로의 유지되고 있다. 결국 사용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일부 사용하는 동물병원도 그나마 해당 병원에서 키우는 고양이들 정도만이 사용할 뿐 실제로 진료를 오는 고양이들이 사용 할 수가 없는 것이다. 동물병원이라는 공간자체가 주는 공포감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아무리 좋은 놀이터가 있어도 숨어 버리거나 움츠려들고 과민하게 행동할 뿐이다.

그렇다면 고양이 친화 동물병원은 필요없는 것일까?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고양이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동물병원에 방문하기 전부터 교육이 필요하다. 기본적인 교육은 우선 이동장(크레이트)교육이다. 어딘가로 이동할 때에만 이동장을 사용하는것이 아니라 동물병원 방문 전부터 이동장에 대한 거부감이 없게 하여 그공간을 아주 친숙하고 좋아하는 공간으로 만들어 놓으면
동물병원 방문 시에도 야수로 변하는 사태는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이동시에도 간식이나 장난감 등을 주고 담요 등으로 시선을 차단하여 안정감을 가지게 한 상태에서 이동을 하는것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이 가끔 외부로 나올때 우리 고양이들이 바깥구경을 하고 싶을거라 예상하고 좀 더 외부환경을 잘 보게 하고 심지어 동물병원에서도 다른 고양이에게 어울리라며 들이미는 경우도 허다하다. 이런 행동은 고양이게는 굉장히 불쾌하고 기분나쁜 행위이다.

물론 외부환경에 호기심 많은 아이들도 있겠지만 대다수의 고양이들은 그렇지 않다. 새나 고슴도치, 토끼 등 특수동물의 경우 하우스가 크지 않다면 사용하던 하우스 그대로 이동을 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고양이뿐 아니라 다른 동물들이 보편적으로 해당되는 것이고, 개나 특수동물에게도 모두 해당 되는데, 동물병원을 아플 때에만 방문하기 보다는 간단한 간식 등을 구입하거나 산책할 때에도 방문하고 간식거리를 제공하는 등의 교육을 시키게 되면 장소에 대한 거부감이 많이 줄어들게 되어 동물들이 병원에 오는것을 즐거워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동물병원의 선택에서도 기본 교육이 모두 되어 있는 스텝으로 이루어진 동물병원을 이용하는 것이 좋겠다. 수의 간호사들은 아직까지 전문적인 인력이 아닌 관계로 어느 정도의 교육이 되어 있는 동물병원을 선택하는 것이 좋겠다.

아직까지는 우리나라는 전문 간호사 제도가 있지 않은 관계로 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이 동물병원의 간호사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랑하는 것만으로는 우리 아이들을 보살피는데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인력 이거나 동물병원 자체의 직원 교육이 잘 되어 있는 곳인지 확인해 보는 것이 좋겠다.

동물병원의 전문성이 점점 개선되어 동물보건사 제도가 생겨나고 현재도 전문대학 등에 반려동물 관련 학과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더 발전된 의료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동물들이 차별없이 행복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함께하길 바라며…

글 / 한국반려동물관리협회 부산지부 수의 강사 김용희(부산에이치동물케어센터 수의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