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모란꽃

                                                홍 진 기
 

네 눈은 어찌 보면 선량해서 탈이더라

어쩌다 돌아보면 나만큼도 철이 없어

모란꽃
뒤척이는 밤을
그냥 두고 보다니

가슴에 불질러놓고 가시로 돋는 그리움

아니더라 다시 보면 젖은 울음 웃는 꽃

새하양
추억을 심는
송이송이 미운 꽃

▲ 작가 노트

▲ 홍진기 시인

화분에 하얀 모란꽃이 피었습니다. 하 곱고 탐스러워 좀처럼 그 곁을 떠나기가 어려웠습니다. 뉘라 꽃을 싫어하고 미워 하랴만 세월을 먹어갈수록 자연에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부쩍 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산을 찾고 물을 찾고 꽃도 기르고들 하나 봅니다. 그 중에 내 자신도 하나 …….

모란꽃 핀 모습을 달이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나와 달과 모란이 묘하게 삼각관계 고약한 경쟁자가 된 것입니다. 내 집에 있는 모란이니 내사 크게 걱정이야 하지 않았지만 그냥 넘겨버리면 시가 될 것 같지 않아 내 생각을 덧붙였습니다, 은근슬쩍.

내 그런 마음을 달이 알아채고 조용히 돌아간 것 같았습니다. 다음날 아침에 내 모란은 탈 없이 아름답게 엊저녁보다 가슴을 조금 더 열어주었습니다. 많이 밉도록 귀여웠습니다.

▲ 小井 홍진기 시인은 ……

<현대문학>(1979.2.) 자유시, <시조문학>(80.가을) 시조 각 천료.
<낙엽을 쓸며>(100인선집) <무늬> <거울> <빈 잔>등 8집 냄. 조연현문학상, 경남문학상, 경남예술인상 외. 한국문협, 국제펜한국본부, 한국시조시협, 오늘의시조시인회의 등 자문. 한국현대시인협회 고문,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