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인숙 부장/건보공단 사하지사

간호사로 근무했던 20년도 훨씬 지난 일이다.
어느 날 아침 병실 라운딩을 하는데 너무나도 낯익은 환자분이 계셨다.

가슴은 ‘어, 고등학교 동창인가?’ 하였지만 명패의 이름과 나이는 전혀 낯설기에 나를 향해 힘없이 웃고 있는 환자에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하고 나의 머리는 혼돈에 빠졌었다. ‘누구지?’

그 후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입원 할 수밖에 없었던 가슴 아픈 사연을 들었었고, 그 당시에는 그럴 수도 있겠다, 이렇게라도 치료받아서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던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건강보험증 대여, 도용으로 인한 문제들을 접하면서 너무나도 무서운 상황들이 발생되는 것을 보고, 남의 건강보험증 사용은 걷잡을 수 없는 후유증을 넘어 범죄행위라는 것으로 명백히 정립되어졌다.

타인의 진료기록이 나의 이력이 되어 내가 처방받을 수 있는 의약품도 처방받지 못하고, 또 누군가가 나대신 이미 시술을 하여 내가 절실한 상황에서 적용받지 못해 고통 받을 뿐 아니라, 민간보험 가입도 어려워지는 끔찍한 일들이 발생되고 있다. 심지어는 사망하였으니 연금을 찾아가라는 안내문을 본인이 직접 받은 어처구니없는 사례도 있었다.

요즘처럼 예민하고도 중요한 개인정보가 정보주체인 나도 모르게 유출되어, 타인이 나인 것처럼 진료를 받았다는 사실은 개인권익의 침해를 넘어 사회적 범죄행위임은 명백하나 자신의 건강보험증을 대여하여 진료를 받게 하는 행위 역시 선의가 아닌 도덕적 불감증을 넘어 처벌을 받는 범죄행위인 것임도 알아야 한다. 건강보험 미가입 외국인이나 주민등록말소 자격상실자 등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사람에게 친척이나 직장동료라는 이유로 건강보험증을 불법으로 대여하여 사용하게 하는 것은 국민들이 내는 소중한 건강보험의 재정 누수로 연결되어 모든 가입자가 부담하는 건강보험료를 인상시키는 동시에 국민을 위한 급여확대 정책도 펼 수 없어 대대손손 물려줄 우리의 훌륭하고도 소중한 사회안전망을 파괴하는 주범이 되는 공공의 적이 되는 것이다.

다행히 이제는 이러한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었다. 과거, 병원 접수대에서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말하면 진행된 진료였지만 2019년 7월부터는 입원진료 시 ‘신분증 확인제도’가 실시된다. 입원서약서에 처벌규정도 명시함으로써 건방보험증 대여‧도용에 대한 경각심도 고취하였다. 또한 부정사용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되어 증 부정수급이 확인되면 진료비(공단부담금) 전액을 환수할 뿐 아니라 현행‘징역 1년 또는 벌금 1천만 원 이하’에서 ‘징역 2년 또는 벌금 2천만 원’으로 높이고, 신고포상금제도도 신설하였다. 공단은 전용어플인 ‘M건강보험’에서 뿐 아니라 ‘정부24’앱에서도 ‘진료 받은 내용안내 서비스’를 실시하여 내가 언제 어느 병 ‧ 의원에서 국민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는지 확인하여 의심되는 부분은 신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국민의 인식과 실천이 필요하리라 생각한다. 무엇이 중요한지도 몰랐고, 그럴 수도 있다는 개념은 이제는 용납되지 않는다. 스스로 건강보험의 주인임을 자부하며 건강보험증 부정사용의 후유증과 부작용을 공감하면서 건강보험 신분증 확인요구가 나를 보호하기 위한 것임을 인식하고 적극 동참해야 할 것이다.

건강보험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백세시대의 사회안전망이 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의 인식과 실천! 건강보험 하나로 의료비 걱정 없는 나라를 만드는 기반이 될 것이다

글 / 국민건강보험공단 부산사하지사
보험급여부장 박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