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오 은 환
 

또 한 번의 계절이 가고
또 한 번의 계절이 왔을 때
그날쯤 꽃이 피었고
한 사람의 표정이 따라서 피었지요
그날쯤
절절하였던 상념
강물결 따라 흘러가는 꽃잎이 되기도 했지요
그날 꽃이 졌나 봐요
강물은
돌아오지 않는 세월이 되었지요
묻혀있던
또 한 번의 계절이 오면
사람의 표정과 생각은 꽃이 되리라 믿지요
서둘러 가는
그날속의 그날

▶ 작가노트

▲ 오은환 시인

기다리고 보내는 그날이 쌓이고 흘러 삶이 되고 세월이 됨을 알게 됩니다. 빠르게 오고 가는 하루하루와 계절의 변화를 느낄 겨를도 없이 숨이 찬 하루입니다. 단 며칠 동안의 아름다운 삶, 꽃이 피고 지는 나무의 사계절은 묵묵합니다. 부활의 긴 기다림을 생각하는 나무의 인내를 바라봅니다. 하루치의 꿈을, 하루치의 땀을, 하루치의 사랑을, 쓰다듬어 봅니다.

▶오은환 시인은 2015년 《문예시대》, 2016년 《시선》으로 등단하였다.
2017년 영호남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시집 『꽃잎을 숨기고』, 『 어디쯤에서 뛰어내렸을까』를 펴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