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의 지병

                                               오 은 환
  마냥 통증을 참으며
오랫동안 버티어
내성耐性이 생겼다

치유를 하려고 애쓰지는 않아
견뎌내는 아픔은
잔물결처럼 퍼지는
몰핀의 지문을 닮아간다

계절이 바뀌어 나목의 가슴에
비가 내리면
어김없이
신열에 시달리는
영혼의 지병
불후의 외로움을 앓고 있다

알섬을 떠나고 싶다

▶ 작가 노트 

▲ 오은환 시인

어린 그 시절 산마루와 하늘 사이에 끼어 살던 나는 산마루에 내려앉은 푸른 하늘이 그리운 바다의 실체라고 위안했다. 바다가 그리워 무작정 찾아온 바닷가에서 긴 세월을 보내며 살았다.

창문을 열면 내려다보이는 푸른 파도의 환희는 의외로 짧았다.
그리움의 시작이었다.
켜켜이 쌓이는 외로움은 지병이 되어 아팠다.
이젠 아름다운 저녁노을을 바라보며 나는 나를 다독인다.
잘 견뎌 냈노라고.

▶오은환 시인은 2015년 《문예시대》, 2016년 《시선》으로 등단하였다. 시집 『꽃잎을 숨기고』, 『 어디쯤에서 뛰어내렸을까』를 펴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