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김 병 호

한 사람 자기도 좁은
 한 지붕 밑에
두 사람이 숨을 막으며
 
출근하는 남편 등을 보며
아내의 손질은
구석진 데 먼지 앉았나
걸레 청소로부터
아침이 시작된다

점심때면 식사를 챙겨드는
전화 벨소리
아내도 점심을 먹으며
햇살 속으로 자신을 던지고

부여받은 여유로운 시간
넋 나간 몽상에
자신을 돌아보며 산 너머
로 떨어지는 해 질 녘

남편 오는 시간
눈을 맞추고 줄달음질치며
일상에 갈라진

생의 곡선 시작과 종점에서
하루가 만들어지며
조용히 흐르는 시간 속에
두텁고 따뜻한 온기가
지붕을 덮으며
순박함으로 세월에 닿아간다 

＊작가 노트 

많은 세월이 흘러도 가까운 사람에게 무관심할 때가 많았었는데 조금씩 철이 드는 건지 가정 내의 큰 자리임을 이제야 알았으니 누구나 세월이 흘러야 철이 든다는 말이 실감이 난다. 내년이면 조금 더 철이 들려나…….

김병호 시인은 『대한문학세계창작예술인협회』 詩 부문에 등단하였다.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운영위원을 맡고 있으며 시집으로『들꽃 향기』를 상재하였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