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 

                                                 엄 경 덕

가을비 벼 이슬에 앉은 메뚜기
이슬을 머금고 어디론가 뛰려고
눈알을 붉히고 노려본다

미끄러지듯 사뿐히 저려 앉은 모습
요염하고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
상념에 잠긴 모습으로 마주쳤다

찬 이슬에 젖은 모습 자연의 순리에
적응하듯 살며시 주시하는 눈망울
벼와 함께 미끄러져 내렸다

익은 벼를 비웃듯 초록의 몸을 품어
어디론가 날아가 버린 메뚜기의 형체
숨죽여 두리번두리번 헤맨다.

*작가 노트

▲ 엄경덕 시인

가을을 머금고 길을 나섰다. 황금색으로 물든 대지는 바라보는 것만 해도 마음이 부자가 된 기분이다. 들판을 걸으면서 바라본 아침이슬 등에 업고 바라보는 메뚜기와 눈이 마주쳤다. 굳은 표정으로 바라보는 메뚜기의 오묘함과 볼수록 신비한 메뚜기의 눈빛에 매료되어 한참을 바라보다 멀리 뛰는 모습에 올해도 풍년을 기원하는 메뚜기의 빠른 행보에 마음이 뿌듯하고 행복한 마음으로 멀리 뛰어가는 메뚜기 모습을 두리번거리며 찾아본다.
자연의 순리는 잘 익은 보석과 곤충의 조화로 잘 융합되어 익어간다.

엄경덕 시인은 『문학21』 시 부문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오늘 만난 당신』,『그대 그리움 눈물되어』, 중국 송화강 잡지 수필『세월의 흔적』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현재 부산문학인아카데미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