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엄 경 덕

검푸른 파도와 어둠이 밀려드는 밤이면
안개 속 그림자가 되어 거리를 거닐고
출렁이는 파도 소리 벗 삼아 노래를 불러본다

지쳐버린 가슴 하소연할 곳 찾아 방황하고
초점 없는 눈빛은 어느덧 밤하늘에 멈추고
축 쳐진 몸뚱아리 물에 젖어 쓰러졌다

텅 빈 공간에 소용돌이치는 마음 가눌 길 없어
생각 없이 둘러보는 붉은 불빛에 머물다가
하염없이 추락하는 육체의 향연에 목이 메인다

어둠에 물들어버린 나약한 존재들의 몸짓
밀려드는 파도와 친구 되어 노닐고
잃어버린 과거 속에 나의 상처 묻어간다

*작가노트

▲ 엄경덕 시인

비 내리는 한적한 바닷가 골목길에서 한잔 술로 상념에 잠기어 지나온 과거 속에 나를 묻고 내려 본다. 검푸른 파도에 잠시 바라본 바다의 모습은 예전의 모습이나 현재의 모습이 변함이 없다. 시간 속에 잠들어 버린 자신의 과거와 현재의 나를 바라보는 어리석은 모습은 세월의 무상함에 젖어 내리고 푸념에 잠긴 모습은 과거보다 초라하고 나약한 존재를 돌이켜보고 새로운 세상의 지도를 그려본다.

우후죽순처럼 늘어선 술집에서 바라본 사람들의 모습과 새로운 삶은 생각하는 자신의 의미를 되새기며 과거에 존속된 생활과 현재의 모습보다 더 멋진 미래를 그려보며 삶의 향로를 미래로 미래로 다시금 돌이켜본다.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보자. 뒤틀어진 삶의 향로를 바로잡고 더욱 발전하는 미래의 삶을 이끌어 가자. 홀로 독백, 홀로 한잔, 홀로 방황…….

한번쯤 자신을 돌이켜 보는 일도 아름다운 삶의 일부분입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은 나를 발전시키고 나를 일으켜 세우는 원동력입니다.

엄경덕 시인은 『문학21』 시부문으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오늘 만난 당신』,『그대 그리움 눈물되어』, 중국 송화강 잡지 수필『세월의 흔적』외 다수의 공저가 있다. 현재 부산문학인아카데미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