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대떡집에서

                                                정 순 영

불협화음교향악이 울리는
종로5가 광장시장 빈대떡집 노점 긴 나무의자에
무거운 하루를 내려놓고 마시는
막걸리 한 사발에
얼큰한
삶
메뚜기첩자를 쓰고 가로수를 옮아가며 까악까악 우짖는
까치의 희번드르르한 맵시를
논두렁 밑에 숨어 개골개골 시새우는
개구리 같은
우리는

*작가노트

▲ 정순영시인

가끔 오랜 친구들과 어울려 땅거미가 내린 저녁 무렵에는 종로5가 광장시장 빈대떡집엘 찾아간다. 시장을 밝히는 등불이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사람들의 투정처럼 소란스럽기 그지없다. 그 불협화음의 편안함 속에서 들이키는 한사발의 막걸리는 고희를 넘긴 시달린 삶을 적셔주는 생명수 같다.

도회의 서민들이 힘든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도란도란 마주앉아 막걸리를 마시며 즐겁게 내뱉는 투정이 내일을 위한 피로회복제가 되는 것이다. 어쩜 현란하리만큼 시끄러운 밤 시장 먹자골목이 혼돈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휴식처가 되는 셈이다. 우리들 모두가 이 먹자골목에 모여 막걸리를 마시며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치는 것이다.

정순영鄭珣永시인은 1974년 시전문지 『풀과 별』에서 추천완료, 동명대학교 총장, 세종대학교 석좌교수, 국제pen한국본부 부이사장을 역임하였다. 현대문학100주년기념문학상 외 다수 수상하였으며 시집『시는 꽃인가』외 7권, 다수의 공저가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자작추천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중견시인들의 자작추천시를 시인이 직접 쓴 작가 노트와 함께 소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