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문단활동을 하는 김혜영 시인이 네 번째 시집 『요나의 고래사냥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를 펴냈다.

그리움이
몽실몽실 피어나는
순천만
남도 바람이 훈훈하다

습지 바닥을 헤집는
백로의 눈빛
기수역 그 쯤
등 굽은 여인이 머리 숙여
눈인사로 상견례를 한다

순천만을 살찌우는
짱뚱어의 쩔뚝거림
해거름 녘
갈숲이 몰고 온 바람이
그게 바로 인생 아니냐며

돌아서는 등 뒤로 노을의 눈시울이 붉다
- 시인의 시 「백로의 눈빛 ― 순천만에서」 전문

순천만의 노을은 너무 붉어 오히려 서럽다. 그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강과 바닷물이 만나는 그 어귀 쯤(「기수역 그 쯤」), 등이 굽어 슬프게 보이는 여인을 닮은 백로 한 마리가 습지 바닥을 헤집으며 먹이를 찾고 있다. 장엄하게 펼쳐진 순천만 붉은 노을 갈숲 위로 바람이 불어와 갈대가 물결처럼 흔들린다.

이런 순천만 노을 풍경을 시인은 마치 사진을 보는 것처럼 간결하고 정제된 언어로 그려낸다. 그런데 시인은 그 넓은 순천만에서 아주 특별하게 이 백로의 눈빛을 읽어낸다. 그리고 순천만을 끼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주요한 돈벌이가 되는 순천만의 짱뚱어, 이 짱뚱어가 기어다니는 것도 아니고 쩔뚝거리고 있다니(「짱뚱어의 쩔뚝거림」).

그래, 갈숲이 몰고 온 바람, 세파에 찌들어 사는 우리 인생도 한때는 쩔뚝대듯이, 짱뚱어도 쩔뚝대는 것이리라. ‘그게 바로 인생 아니냐’고 자문하며 뒤돌아서는 붉게 타는 노을에 비친 시인의 눈에 눈물이 어린다. 쩔뚝거리는 인간의 삶에 대한연민의 눈물이리라.

시인은 서울에서 태어나 2011년 계간 《문예시대》를 통해 등단하였다.

이 시집에 실린 시편들에 대하여 해설을 실은 정익진 시인은 “김혜영의 시편들은 장엄한 풍경 혹은 소박한 풍경 속의 인간의 삶을 노래하고 있다. 인공으로 장식된 도시 속의 일상이 아니라 자연으로 구성된 풍경과 함께 어우러지는 사람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 하면서, “또한 김혜영의 시는 진솔하고 선명하다. 시인의 시편을 읽으며 미국의 시인 에밀리 디킨슨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꾸미지 않은 간결한 시행 속에 해상도 높은 이미지가 빛을 발한다”라고 했다.

이와 같이 자연 풍경이나 하나의 특정된 장소를 통하여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이 시집에 수록된 시편들이 추구하는 주제라 할 만하다.

시인은 미국의 찰스턴 항구를 여행하며 “아프리카에서 끌려온 흑인들의 삶/ 박물관 노예선에서 묻어나고/ 하얀 눈송이 피던/ 목화밭 간 곳 없고/ 그들이 부르던 슬픈 영가(「흑인 영가」)”라고 하고, “범일성당 정문 앞/ 비탈길에 숨겨진 보석 같은 집/ 은하식당(「은하식당」)”이라고 한다.

시인은 또 다대포에서 “화손대 가는 길/ 객사 지붕 위로/ 조선 기녀의 환영이 너울너울(「다대포 사랑」)”이라고 하고, 창녕 우포늪을 바라보며 “어미의 젖동냥으로/ 생명의 길로 태어난/ 개비랑 길따라(「우포늪」)”라고 하여, 우리에게 익숙한 풍경이나 장소에서도 인간의 삶에 대한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나 이 시집에서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은 독실한 그리스도 신앙인으로 살아가는 시인의 구도자적인 자세와 경건함이다.

“내 심장을 뚫는 소리/ 요나의 고래는/ 들었을까// 물안개로 감아올린/ 회개 기도(「요나의 고래사냥……)”라거나, 가까운 신앙인의 안타까운 죽음을 “하늘 선교 여행 떠난 그곳에서/ 베드로 어부처럼 영혼 구원을 위한 기도(「하늘로 떠난 선교여행」) 라고 한다.

그러나 시인은 신앙인이지만 맹목적이지는 않다. 베트남 후에를 여행하면서 “붓다를 모신 산 정상/ 아기 예수 탄생을 알리는 캐롤송/ 묘한 동거를 하며/ 여행자의 주머니를 탐한다(「바나산에는 바나나가 없다」)라고 하여, 시인의 신앙의 뿌리는 현실에 안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시집은 총 4부 89편의 시를 수록하고 있는데, “풍경 속의 인간의 삶”이라는 주제와 “신앙인으로서의 경건함”을 함께 보여주는 시인의 시 「풍화리 바닷가」 전문을 소개한다.

아, 통영

구불구불 해안선따라
발길 멈춘 곳
풍화리 바닷가

나그네와 같은
이국의 삶을 내려놓고
헌신의 둥지를 튼 송 목사님 부부

풍화리 마을 음악회 여는 꿈에
비지땀을 흘리시는 모습
빈자貧者의 가슴이 찡하게 울린다

시집 / 요나의 고래사냥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펴낸 곳 빛남출판사
지은이 김혜영
값 10,000원

― 기사제공/ 임재도 부울경뉴스 총괄본부장, 소설가,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