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점자도서관에서 주관하는 봄가을 독서문학기행이 올가을 제20회를 맞이했다. 지난 9월 12일과 19일 양일간 같은 프로그램으로 하루여정을 마쳤다. 신청회원 수가 넘쳐나 양일로 잡은 것. 이번 행사는 각각 국립장애인도서관과 기술보증기금의 후원으로 진행되었다.

전석을 채우고 부산 초량동에서 아침 9시에 출발한 버스는 먼저 진주성에 도착했다. 해설사와 함께 걸으며 김시민 장군의 진주대첩과 논개의 구국충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촉석루에 앉아 남강을 바라보며 그 뜻을 기렸다.

진주비빔밥으로 중식 후, 한 시간 거리의 사천시 박재삼문학관으로 향했다. 배혜경 수필가의 도서관 사전강의와 나눠드린 프린트물 자료로 박재삼 시인의 삶과 작품을 미리 만난 회원들과 동행인들은 먼저 문학관 2층 강당으로 모였다. 소탈하고 따스한 성품을 지녔던 박재삼 시인의 면모를 육성과 함께할 수 있는 영상물을 먼저 본 후, 배혜경 작가의 강의와 박재삼 시 낭송이 이어지고 회원들의 시 낭송과 독서퀴즈, 사행시 발표순으로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나누었다.

 “노래는 거짓 없는 참말이고 슬픈 것은 아름답다.”라고 썼던 박재삼 시인의 문장을 되뇌며 밖으로 나오니 빗방울이 조금 떨어지고 있었다. 한려수도로 이어지는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노산공원을 걸어내려 와 삼천포수산시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모두 가벼워보였다. 딸에게 시비를 만져보게 하는 엄마, 박재삼 동상 옆에 딸을 앉히고 사진을 찍어주는 언니, 저 아래 강물이 흐르고 유등축제 준비가 한창이라고 말해주는 아내들과의 아름다운 동행이었다.

노산공원에 세워져 있는 박재삼 시비에는 그의 시 ‘천년의 바람’ 중 일부가 앉아 있는 새 모양의 돌에 새겨져 있다.

천년의 바람

천 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 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