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로 

                                              수효 박 영 목

영롱한 이슬 윤슬 되어
하늘에 오르려 도란도란 이야기꽃
먼동이 트기를 기다리며
비취빛 구슬 하나 둘 오른다

나뭇잎 풀잎 돌
밤사이 서로를 부둥켜안았다
이제 헤어질 시각
싸늘하게 식었던 체온 달구어 오른다
잠자리 등에 맺혔던 방울
신기루 같은 실루엣 여명 밝아오면
하나 둘 그리고
비눗방울처럼 두둥실 바람결에 오른다

맺었던 마음이야 아프지만
다음을 기약하며 물안개 산허리
휘어감아 오르면
벗 삼아 가리라 방울들은 산화하리다.

*작가 노트

박영목 시인

완연한 가을을 알리는 백로. 24절기 중의 하나이다. 조상님들의 유구한 흐름 속에서 체험을 바탕으로 만들었다. 물론 이것은 고대 중국의 양자강 이남에 바탕을 두어 조금의 편차가 있으나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거의 일치한다고 사료된다. 이슬은 여명이 밝아 해가 뜨면 증발해버린다. 마치 산화하는 것 같다. 사람이 산다는 것과 일치한다는 생각에 이 글을 지어보았다.

박영목 시인은 『계간청옥문학』 詩 부문에 등단하였으며 부산문학인아카데미협회 부회장과 경북지회장을 맡고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