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신의 안식처

                                                 백 승 록

티 없는 하늘은 멀리 있고
붉은 산장으로 채색된 당신과 내 심상이
유리알 가루 쏟아 내리는
현란한 창공을 거닐고 있습니다.

익어가는 가을바람에
겨울 산장지기 상록수는 나이테 그리고
낙엽수는 오색 요정을 비행시키고 있습니다.
들국화 향기에 도취된 내 마음이
낙엽수의 고운 잎사귀 되어
당신의 숨결 타고 산장을 비행하고 싶어 합니다.

선명한 사계절이 반겨주고
노을빛이 담아주는 자연향기 가득한 터전을
이 가을이
당신과 내 심상에 내려놓고 있습니다.

초롱초롱 반짝이는 별들과
무언으로 속삭이던 따스한 두 손은
솔바람 자장가에 황홀한 꿈의 세계 헤매고
조잘대는 새들의 새벽 햇살 향연에
잡은 손이 일어나는 곳…
여기가 바로
삶에 찌든 묵은 때를 씻어주는
당신과 내 심신의 안식처입니다

*작가 노트

▲ 백승록 시인

모래밭에서 부화된 거북이는 물을 향해 질주하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행복을 향해 질주한다. 돈과 행복을 분리할 수 없는 자본주의에서 예외 될 수 없는 내 삶이 걸어온 발자국은 우여곡절로 척척하다.

행복 찾아 달리기는 유년의 그날부터였다. 낮에는 들꽃에서 찾았고, 덧없는 세월이 서녘 위에 올려놓은 노을 꽃이 어둠으로 퇴색되면 고행 떠난 형을 기다리면서 헤던 별에서 찾았다.

행복 찾기 타향 사십 년 세월은 마른 눈물조차 멈추게 하는 서러움이 독버섯처럼 번졌고, 고통으로 응고된 좌절은 인생 암 덩어리로 번졌다. 밀어닥친 절망은 터진 봇물처럼 걷잡을 수 없이 범람했다. 희망으로 지우지 못한 부실은 좌초되었고 내 목덜미에 얹어진 것은 슬픈 멍에였다.

꿈의 여울에 떠내려가는 행복을 엇박자 치는 멍텅구리 세월을 한쪽 한쪽 지우기 위해 진실이 노래하는 잡목 군락에다 자투리 삶을 내려놓았다. 안식처는 외로움으로 그리움을 즐겨야 하는 독백의 심산이다. 하지만 자연이 안겨주는 작은 기쁨들이 모여서 우리 사랑 행복지수를 높여주고 있기에, 사금 가루 현란한 황혼 빛이 스며드는 심신은 외롭지 않다.

백승록 시인은『새시대문학』시, 수필부문 등단에 하였으며 현재 각 일간신문에 시, 칼럼 게재, 부산문인협회시인협회 이사로 활동을 하고 있다. 부산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시집으로『꿈을 가꾸는 인생』외 3권이 있다.

* 부울경뉴스 『오늘의 신작시』는 부산 ․ 울산 ․ 경남 ․ 대구 ․ 경북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의 신작시를 시인이 쓴 작가 노트와 함께 발표하는 지면입니다.